정씨의 소환조사를 통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풀어줄 열쇠 중 하나인 비밀회동의 실존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작성 및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조만간 문건 속 비밀회동의 실체 규명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문건 작성 당사자인 박관천 경정(48)과 박 경정의 직속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52) 등 이번 사건 핵심인물들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치고 물증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의 문건 작성경위와 지시·보고과정 등에 대한 진술 내용을 분석 중이다.
비밀회동은 박 경정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하던 올해 1월 동향보고 형식으로 작성해 조 전 비서관에게 보고한 문건에서 다뤄졌다.
문건에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3인방’을 비롯해 ‘십상시’로 일컬어진 청와대 비서진 10명이 정씨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2차례씩 서울 강남의 J중식당에서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검찰은 정씨를 불러 문건에 기재된 내용처럼 실제로 비밀회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부터 비밀회동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을 잇따라 소환조사했고, 박 경정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도 분석했다.
문건에서 모임 ‘연락책’으로 거론된 김춘식 청와대 행정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정씨는 얼굴도 모른다’며 회동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고, J중식당 사장도 회동이 열렸다는 시점에 정씨 등을 식당에서 본 적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비밀회동의 실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면 이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송수신 위치정보 등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모임이 성사되려면 참석자들 간의 연락이 빈번해지고 휴대전화 발신 위치도 겹칠 것이기 때문이다.
비밀회동이 있었다는 지난해 10월 이후 참석자들의 상당수가 서로 연락하지 않았거나 서울 강남의 J중식당 근처에 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문건의 내용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씨는 비밀회동을 ‘낭설’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주변에서 차명전화번호가 확인되는 등 새로운 단서가 나올 경우 수사는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