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의 급등과 급속 폭락 장세를 이어오면서 버블 논쟁까지 불러 일으키는 중국 증시의 위기가 국가 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정책 전반을 총 책임지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연일 중국이 리스크를 방지할 능력과 자신감이 있을 뿐 아니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호언하고 있으나 현실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심지어 일부 비관론자들은 위기의 징후가 이미 나타났다고 공언하면서 버블 트라이앵글(부채, 부동산, 주식)이 터질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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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한 증권회사 객장에서 많은 손실을 본 듯한 투자자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국가 위기로 이어질 분위기를 보이는 중국 증시의 위기를 말해주는 듯하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관영 신화(新華)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의 13일 보도를 종합하면 위기의 징후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 조짐과 어떻게든 증시를 떠받쳐보려는 중국 당국의 안간힘에서 확실하게 읽히는 것 같다. 우선 금융 시스템의 붕괴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현재 9000만 명 가까이에 이르는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신용(부채)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규모가 무려 2조3000억 위안(元·414조 원) 정도 된다. 또 그림자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 역시 비슷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외에 추산조차 되지 않고 있으나 증시로 흘러들어간 주택 담보 대출도 적지 않은 규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황이 좋으면 이런 자금들이 증시에 흘러들어도 문제는 크게 없다. 하지만 지난 2주 동안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30%나 폭락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이상이나 되는 20조 위안(3800조 원)이 증발해버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개인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주가 폭락으로 파산 직전에 몰리면 빚은 그대로 증권사 및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베이징의 한 IT 업체 CEO인 리톈닝(李天凝) 씨가 “현재 상황은 2008년 폭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공연한 분석이 아니다. 더구나 현재 상당수의 금융사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증식 폭락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든 탓에 자체 부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도 좋다.
중국 당국의 조치 역시 위기의 조짐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안 당국이 공매도 세력에 대한 강력한 응징에 나선 것이나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신용 거래를 부추기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외에 민심 안정에 필요한 희생양을 찾기 위해 증감회 의 샤오강(肖鋼) 주석을 경질하려는 분위기,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12일 증시 위기와 관련해 공산당과 국가에 대한 비판이 돌지 않도록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 등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도 좋다.
주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조정 양상을 보이는 현재 상황만 보면 증시의 지속적 폭락을 시작으로 내수 침체, 개인 및 기업의 줄도산, 금융 위기, 정치 혼란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소 무리하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국가 위기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만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