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연말이면 개인이나 단체들의 각종 모임이 많다. 한 해를 결산하는 마당에 이런 모임들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살인적 스모그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굳이 스모그를 뚫고 그나마 안전한 집 아닌 밖에서 각종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을 턱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많은 중국인들이 최근 가능하면 모임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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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스모그의 위용.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25일 모습이다. 100미터 앞도 보이지 않고 있다./베이징=홍순도 특파원.
물론 그럼에도 반드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모임은 있을 수 있다. 스모그를 뚫고 가야 하니 참으로 괴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였을까, 요즘 이렇게 반드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를 일컫는 유행어가 생겼다. 바로 생사지회(生死之會), 즉 목숨을 걸고 얼굴을 보는 모임이다. 진짜 비장한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혹자는 스모그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러느냐고 할지 모른다. 역시 과장에는 일가견이 있는 중국인들의 표현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베이징을 비롯한 스모그 빈발 지역을 걸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생각은 못한다. 진짜 살인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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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시민이 완전무장을 한 채 시내 중심가의 육교를 지나고 있다./제공=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CNS).
일단 뿌연 연무 같은 스모그를 보면서 걷노라면 기분이 무척이나 울적해진다. 우울증에 걸리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이라고 해도 좋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스모그가 기침이나 두통을 유발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도 된다. 자칫 하면 진짜 고생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국의 모 언론사 특파원은 젊은 나이임에도 기관지염에 걸려 며칠 째 헤매고 있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만 학수고대한다.”는 그의 푸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진짜 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출돼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PM2.5(초미세 먼지)의 기준치를 25㎍/㎥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말부터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 기준치의 20배 이상 달하는 날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베이징의 일부 지역에서는 순간 농도가 1000㎍/㎥을 넘은 경우도 있었다. 건강한 사람도 장시간 노출되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생사지회라는 말은 아무래도 너무 과장된 유행어는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