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판결 이후 주가 나란히 하락세
SK, 美 사업 철수 고려 '배수의 진'
LG엔솔, 조 단위 대형 투자로 맞불
금주 특허침해소송 예비결정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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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명운을 좌우할 최대 승부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현지시간 다음 달 10일) 행사다. 아직까진 바이든 대통령이 ITC에서 지난달 11일 내린 ‘SK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 판결(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뒤집을 가능성이 낮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례가 거의 없어서다. 반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부족 현상으로 이례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디데이를 앞두고, 신경전은 한층 치열해졌다. LG엔솔은 SK이노를 상대로 배터리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주 예비결정이 날 예정이다. 또 SK는 미국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며 배수의 진을 쳤고, LG엔솔은 미국 배터리 시장에 조 단위 대형 투자 계획으로 맞불을 놨다. 소송 합의금도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멸’ 대신 LG-현대차의 코나EV 리콜사태처럼 ‘대승적 합의’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5.77% 하락한 22만8500원에 거래됐다. 미국 배터리 시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2.33% 오른 96만6000원에 장 마감했다. 그러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각각 19.5%, 2.4% 하락했다. 52주 최고가 대비 30.2%, 8% 줄었다.
양사 주가는 배터리 분쟁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일제히 최고점을 돌파했으나 하락 전환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SK이노의 타격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 11일 ITC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 판결을 내렸다. LG엔솔은 승기를 잡았고, SK이노로선 수세에 몰렸다.
배터리 분쟁은 2라운드로 확전됐다. 영업비밀 침해소송 연장선인 미 특허권 침해소송 예비결정이 오는 19일 나올 예정이다. LG엔솔은 SK이노를 상대로 분리막 및 양극재 특허 4건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리한 결정이 나온다면 LG엔솔로선 승기를 굳힐 수 있다. 반면 SK이노는 LG엔솔에 앞서 제기한 특허 관련 소송으로 판세 뒤집기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최대 관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미국 대통령은 ITC 판결 후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어진 기간은 다음 달 10일(현지시간)까지다. SK이노로선 최대 승부처다. 거부권 행사 시한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팽팽하다. SK이노가 대규모 투자로 배터리 생산기지를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주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SK이노 이사회는 지난 11일 “LG엔솔의 배상금이 과도하면 수용할 수 없다”며 미국 사업 철수까지 고려한 배수진을 쳤다. 다음 날 LG엔솔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 공장 2곳 이상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에선 현재로선 LG엔솔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판정승을 거뒀고,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 ITC의 구제조치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모두 6건에 불과하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거부권 행사는 한 번도 없다. 다만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친환경 정책을 내건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현상을 고려할 때 국익 측면에서 ITC 판결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관세법 337조의 규정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ITC의 구제조치가 미국 내 경쟁제품의 생산, 미국의 대외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로선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조단위 합의금을 물어주거나, 항소 카드가 남아 있다. 만에 하나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LG엔솔 역시 이를 그대로 수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결국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코로나 리콜 사태에 합의를 이룬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양사 간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 성장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업체간 제살깎기 경쟁을 지속하다간 국내 배터리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양측의 배터리 소송 합의금 간격이 커 합의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LG엔솔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올 1분기 영업익은 8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1%, SK이노베이션은 59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배터리 분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불이익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대승적으로 합의를 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