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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에서는 노스볼트와 폭스바겐의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의 양산수율이 예정 기간 내에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 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랫동안 배터리 내재화에 투자를 지속한 테슬라도 배터리데이 이후 오히려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주요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로 파우치형을 생산하기 때문에 폭스바겐의 선언은 K배터리 산업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16일 업계 관계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가격 경쟁력은 필수”라면서 “전기차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원가경쟁력 차원에서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를 겪은 폭스바겐이 공급다변화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조치로도 보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은 2년의 유예기간을 얻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으로 다시 배터리 공급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아시아 배터리 업체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노스볼트가 SNE리서치 조사에서 글로벌 배터리사용량 순위에 진입하지 않고 있지만 EU의 전폭적인 지원과 폭스바겐과의 합작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합작사와 다르게 볼 것이 폭스바겐이 지분투자로 JV(조인트벤처) 공장을 설립하는 만큼 각형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로서도 기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삼성SDI는 K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각형을 생산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에 납품도 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CATL에 밀린다. CATL은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격경쟁력에서 K배터리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업계의 특성상 단일 벤더(공급자) 체제로 가지 않아 삼성SDI의 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향후 노스볼트의 양산수율에 따라 삼성SDI가 기회를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폭스바겐이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에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만큼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성SDI도 개발하고 있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의 성공 여부도 관건이다. 퀀텀스케이프보다 더 안정적이고 가격경쟁력을 가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다면 삼성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폭스바겐 배터리 공급사 1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다. 양사 모두 파우치형을 주로 생산해 각형 통합셀을 선언한 폭스바겐의 전략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사인 GM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현대차 등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만큼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의 전환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80% 외에 남은 20%의 물량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현재 각형뿐 아니라 파우치, 원통형 등이 각각의 고유한 장단점을 기반으로 공존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파우치형의 장점인 경량화 및 급속 충전 등의 강점을 활용해 이 부분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도 적극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어 고객 다변화로 폭스바겐의 영향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미국내 10년간 생산·수입금지 조치에 폭스바겐의 각형 전환으로 타격이 크다. 다른 고객사를 찾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우선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K배터리의 종착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중국 CATL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LG와 SK의 배터리 분쟁을 손 놓고만 있다 보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K배터리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