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39조가 된 'SK하이닉스'
LG전자 매출의 절반 '아픈 과거'
기술 뺏기면 사업 잃을까 우려
미래먹거리 '배터리 사수' 사활
美 SK공장 인수카드까지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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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관계는 언제부터 틀어졌을까. LG와 SK의 꼬인 실타래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 구본무 회장은 LG의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와 ‘배터리’로 정했다. 특히 반도체는 3대에 걸쳐 이어온 주력사업이었다. 1979년 대한전선 계열 대한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LG는 1990년 1메가 D램, 1991년 4메가 D램을 출시하며 한때는 반도체 세계강자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8년 IMF가 터지면서 김대중 정부가 5대그룹을 대상으로 ‘빅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LG는 반도체 사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부는 ‘5대그룹 7대 업종 구조조정계획’을 세우며 세계 4위 현대전자와 6위 LG반도체의 통합을 논의했다. 정부는 일본 히타치의 기술력에 의존한 LG보다는 독자 기술력을 보유한 현대전자가 더 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LG반도체를 현대에 흡수시켰다.
구본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부의 강경한 입장과 중재자 역할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으로 인해 결국 반도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구 회장이 전경련에 발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LG에 반도체 사업은 역린이다.
물론 LG반도체를 SK가 직접적으로 인수한 것은 아니지만 현대반도체가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 결국 SK의 품에 안기게 됐다. SK측은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되고 10년이 넘은 후에 SK에 인수됐기에 SK가 LG로부터 반도체를 가져왔다는 시선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G로서는 계속해서 반도체사업을 이어갔다면 현재 SK하이닉스가 LG하이닉스란 이름을 달고 삼성전자와 나란히 세계무대를 독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이어 전자업계 국내 2위 기업이지만 반도체 부문의 열세로 매출 규모면에서는 3~4배 차이가 있는 점이 늘 고민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거둬들인 매출만 39조원가량 된다. LG전자의 매출 절반 정도다.
미래먹거리 중 하나를 잃은 LG로서는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배터리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일련의 사태로 자체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업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20년 투자의 결실이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이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SK이노베이션에 양보해 또다시 빼앗길 수는 없다.
게다가 정부의 개입으로 반도체 사업을 잃어본 경험이 있기에 미국 주정부와 국내 정부가 나서는 상황이 껄끄럽다. 고용창출과 지역 투자 등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바라는 SK에 맞서 LG가 미국 SK 조지아 공장 인수카드까지 꺼내든 속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ITC의 최종 판결로 배터리 분쟁의 승기를 잡은 LG로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녹록지 않게 돌아가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 발전이란 대의도 무시할 수 없어 양사의 대립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