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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서 정치인 대상 첫 ‘미투’…피해여성들 고소 연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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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2. 04. 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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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POLITICS/ <YONHAP NO-4934> (via REUTERS)
여성들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쁘린 파니치팍디 태국 민주당 전(前) 부대표가 지난 17일 보석을 신청하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는 모습./제공=로이터·연합
태국에서 유력 남성 정치인에 대해 14명의 여성들이 성추행·성폭행으로 잇따라 고소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권력형 성폭력 고발 운동이던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에 대해 잠잠하던 태국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인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일 방콕포스트와 AFP에 따르면 전날 태국 경찰은 쁘린 파니치팍디(44) 전(前) 민주당 부대표를 상대로 14명의 여성이 성추행·성폭행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의 제2인자인 쁘린 전 부대표는 40대 유력 정치인으로 태국 정계의 유망주로 꼽혔다. 그는 2002~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지낸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성추행·성폭행 폭로가 시작된 것은 지난 12일이다. 10대 여학생 한 명이 쁘린이 술집·호텔 등에서 강제로 자신의 몸을 더듬고 키스했다며 그를 고소한 것이다. 고소 직후 쁘린은 민주당 부대표직을 사임했지만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여성들의 고발과 고소가 이어졌다. 방콕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여성 정치인도 지난해 쁘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폭로 이후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공식사과와 함께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민주당 대표이자 부총리와 상무장관을 맡고 있는 주린 낙사나위싯은 “관련 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민들께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쁘린을 발탁한 그는 “당내 신원조회 과정을 재검토하고 양성평등·여성인권증진을 총괄하는 두 위원회에서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쁘린은 민주당에 합류한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지난 2019년 민주당 부대표에 임명됐다. 주린 당대표는 그를 정당 지도자 자리에 임명하기 위해 서둘렀다는 점을 인정했다.

쁘린 전 부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근거도 없는 고소들이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반박했다. 쁘린은 2만755달러(약 257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우선 석방됐으나 해외여행은 금지된 상태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지난 2017~2018년 시작된 미투운동이 전세계를 휩쓸었지만 태국에서 유명인에 대한 미투와 대중의 비난이 이처럼 파장이 큰 적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쁘린의 성추행·성폭행 의혹이 알려지며 태국에서는 민주당 당사에서 여성·시민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태국에서는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에게 발생한 학대에 대해 오히려 권력자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며 “성추행을 ‘개인적인 문제’라 치부한 것은 자신과 피해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민주당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당 문제 해결과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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