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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저력, 위기는 기회다] 재계, 계묘년 경영 키워드 ‘교토삼굴·연목토이·탈토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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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3. 01. 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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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방향성은 예측하기 힘든 고난과 역경의 해가 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재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1년의 불황을 넘으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란 관측 속에 재계 총수들의 위기 돌파 리더십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올해 지혜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자세로 위기를 헤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꾀 있는 토끼는 굴을 세개 파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첫번째 해법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를 세계 정세 속 다수의 플랜을 짜놓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두번째 해법은 '솔개의 눈에 토끼의 귀'를 뜻하는 연목토이(鳶目兎耳)다. 터져나오는 현상들을 잘 보고 잘 들어 정확히 파악하고 시야를 넓게, 또 멀리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생존 위기가 닥쳤을 때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 위기를 벗어나는 '탈토지세(脫兎之勢)'는 올해 기업들이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스피드 경영' 덕목이다.

500억달러에 이르는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 기록을 남기고 해를 넘긴 기업들이 불황의 정점이 될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이했다. 연중 계속 될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을 이겨내면 2024년 경제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간판기업들의 '진짜 실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일 한국무역협회는 올 1분기 국내 기업들이 수요부진·원가상승·자금난의 '삼중고'에 시달리며 크게 부진한 수출 실적을 낼 것으로 봤다.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1.8이다. 4분기 연속 기준선 100을 크게 하회한 결과로 수출환경이 대폭 악화될 것이란 의미다.

'불황'이 예고 된 계묘년 재계의 묘수는 '검은 토끼'의 영민함과 민첩함이다. 재계에선 세계경제 흐름이 어떤 분수령을 맞이할 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교토삼굴'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팬데믹 확산세가 완만하게 감소하느냐, 종식으로 가느냐, 변이 재확산으로 이어지느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세계경제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중국의 도시봉쇄는 전세계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고 부품 공급망도 교란 시키는 요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점진적 긴장 완화가 점쳐지고 있지만 핵위협과 중동 위험으로 확대될지, 종전으로 이어질 지에 따라 전세계 에너지가격 급등락의 방향성이 결정될 예정이다.

미중 갈등 심화 여부는 이재용 삼성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고민거리다. 이에따라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와 대중국 경제제재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칩4동맹과 반도체지원법 추진으로 대규모 투자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삼성과 SK,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악재에 미국 공략법을 재검토 중인 현대차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활로를 찾아놔야 하는 단계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 10월 회장 자리에 오르고나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풀가동해 적과 아군 구분 없이 회동하고 손 잡아 미래를 약속하는 이유다. 파트너이자 경쟁자들과 '오월동주'하며 언제 힘을 합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서다.

세 개의 굴을 파 놓았다면 이제 어느 굴로 움직여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워 더 넓은 시야로 정확한 사태파악을 위한 '연목토이'의 자세는 필수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 4월 뉴욕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정세가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항상 시나리오를 갖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계·정관계 등 외부와의 소통을 강화해 미래 예측력을 키우려 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IRA 문제이 심각성을 파악해 가장 먼저 미국으로 달려간 총수는 정 회장이었다.

끈끈한 정보망을 확보했다면 생존위기를 닥쳤을 때 빠르고 민첩하게 위기를 벗어나는 '탈토지세', 스피드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회복되는 시점으로 2024년(51.3%)을 유력하게 지목했다. 2023년 한 해가 얼마나 어두울 지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또 한편으론 내년 반등의 시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해 첫날 부산항 컨테이너 화물 선적<YONHAP NO-2637>
부산항 신항. /사진 = 연합뉴스
다행히 기업들은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지난 연말 정기인사에서 기업들이 대부분 최고 사령탑은 남겨두고, 젊은 리더들을 대거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사태를 넓게 조망하며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체제를 안정화 하면서 이때 장수들이 쓸 칼들은 날카롭게 벼뤄둔 셈이다. 팬데믹 이후 꾸준히 쌓아 온 현금성 자산은 위기를 넘기 위한 대비인 동시에 투자하고 또 M&A 할 수 있는 일종의 승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반도체 불황이던 2019년 "위기에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2020년, 2021년 실적을 빠르게 회복하는 저력을 보인바 있다.

실제로 전세계 경기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한국 수출액(1~9월 누계)은 처음으로 '톱 6' 자리에 올랐다. 5위 일본을 불과 250억달러 안팎의 격차의 맹추격한 결과다. 메모리반도체 압도적 1등 기업 삼성은 불황 속에서도 감산을 하지 않는 자신감을 보였고 IRA 변수로 고민이 많은 현대차도 제네시스와 전기차로 미국시장에서 역대급 성적표를 써나가고 있다. 신에너지 '수소' 생태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다 이겨 온 국내 기업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성장해 왔다"며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 기업들이 산업 주도권을 쥐게 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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