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리전문가에서 경찰 제복 입어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 가져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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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피해자 보호·전담 경찰관으로 근무 중인 정경민 경사(34·여)는 지난 한 해 수백 명의 범죄 피해자를 마주하며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작년에만 피해자 보호·전담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와 함께 500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도왔다.
정 경사는 스토킹, 살인, 대형 교통사고 등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피해자들을 만나,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며 곁을 지키는 일을 한다.
해가 갈수록 베테랑 다운 면모를 발휘하고 있는 정 경사지만, 처음엔 피해자 앞에 서기조차 쉽지 않았다.
정 경사는 "이 업무를 시작한지 2주 만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해 태어나 처음으로 살인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가게 됐다"며 "저조차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 원망에 빠진 유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제도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한참을 서성였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언론에 보도된 대형 사건·사고 피해자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이 돼 주고 있다.
정 경사에겐 눈에 띄는 이력이 하나 있다. 그는 경찰 제복을 입기 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3년간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생활을 했다.
정 경사는 이 당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병원에 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ADHD 집단 치료, 청소년 우울증 치료를 담당했다. 아이들의 곁에서 때론 친구처럼, 때론 가족처럼 함께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병원에 일하는 날들이 쌓일수록 정 경사의 마음 속에 "내가 하는 일이 환자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자랐다.
그러다 경찰청에서 임상심리학회 도중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을 채용한다는 설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 설명회를 계기로 경찰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정 경사는 "피해자심리전문요원 채용설명회를 듣고, 이 업무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피해자 보호·전담 경찰관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정 경사는 2018년 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 채용돼 2019년 2021년까지 강력팀 형사로, 2022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자 보호·전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 경사는 "우리가 누군가를 영원히 떠나보낼 때, 장례식장에서 머무는 정신 없는 시간은 슬픔이 실감되지 않지만, 장례식을 모두 마친 후에 슬픔이 물밀듯 밀려온다.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도 장례식 후의 그것과 마찬가지"라며 "피해자들이 최대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유관기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