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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공(奉公) 애민(愛民) 공전(工典) 등 12편(72조)으로 나눠 작성된 이 책은 목민관으로 불리는 지방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서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회자된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목민심서 공전(工典) 편에는 '선박(船舶)의 안전'에 관해 기록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배의 상태를 항상 점검해야 하며 낡은 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위험한 배를 사용하거나 무리하게 운항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싼값에 낡은 배를 고쳐 다시 띄우는 일을 금하고, 그런 배로 사람이나 곡물을 나르게 해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지금의 기술과 장비의 혁신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우리가 강조하는 해양안전이 약 2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선박의 상태를 항상 점검해야 함에도 낡은 엔진이 오늘 하루 버텨주길 바라며 어선은 바다로 나간다. 궂은 날씨에도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배를 몰고 조업에 나서는가 하면 선박 구조를 멋대로 변경하고 사람과 화물을 나른다.
지난해 군산해경 관내에서 발생한 해양사고 151건 이중 76.8%가, 최근 3년간 발생한 레저보트사고 121건 가운데 83%가 이러한 결과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지만 지키지 않았던 약속과 규정. 무관심 속에 외면당한 안전. 확증편향에서 오는 과소평가된 위험. 해양사고의 대부분을 재난이 아닌 인재(人災)라 부르는 이유다.
목민심서와 함께 정약용이 저술한 형법서 '흠흠신서(欽欽新書)'에는 선박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 선주를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관리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목민심서와 흠흠신서의 내용을 굳이 지금의 현실에 다시 언급하는 것은 해양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에 대한 자성(自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상춘객이 바다를 찾고, 겨우내 쉬었던 어선들이 조업을 재개한다. 가장 많은 해양사고가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목민심서의 가르침 때문이 아니고 흠흠신서의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의 안전, 가족의 안전, 우리 바다의 안전을 새기는 그러한 봄일 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닌 우리의 봄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