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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구조적 병폐 직면…근간 흔들린다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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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6. 19. 16:38

최종현학술원 등 공동추최 포럼
[사진 1]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이 공동 주최한 ‘민주주의미래포럼’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1)
우원식 국회의장이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 공동 주최 '민주주의미래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한국 사회가 정치적 양극화와 권력 집중이라는 구조적 병폐에 직면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9일 최종현학술원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주주의미래포럼'에서 정치권과 학계 인사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후퇴의 흐름에 놓여 있으며, 정치 양극화와 경직된 권력 구조가 지속되는 한 장기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주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세계적 베스트셀러 '역사의 종언'으로 저명한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IPDF) 소속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이숙종 성균관대 특임교수, 김선혁 고려대 교수, 기요테루 츠츠이 스탠퍼드대 교수, 허성욱 서울대 교수, 이선우 전북대 교수, 디디 쿠오 스탠퍼드대 프리먼-스포글리 국제문제연구소(FSI) 센터 펠로우가 참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지난 6개월간 세계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주목했고, 감탄했다"며 "비상계엄에 맞서 헌법을 지키려는 국민의 열망과 헌법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개회사에서 "이번 포럼은 단순한 정치 담론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고, 실질적 제도 개혁의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은 계엄 시도를 저지하고, 시민사회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이뤄내며 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이뤘다"며 "제가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해 끔찍한 고문이 자행되었던 그곳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처럼, 한국의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중심 의제는 '정치 양극화'였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는 "2021년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의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국민 90%는 '서로 다른 정당 지지자 간의 갈등이 매우 심하다'고 응답했다"며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격변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을 극단적으로 고착화시켰으며, 유권자들은 상대 진영에 대한 깊은 불신과 감정적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중도층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양당 중심의 선거 구조가 유권자들을 극단적인 진영 선택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정당들은 팬덤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편향성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소수의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며, 이들의 알고리즘은 민주주의나 사회 안정이 아니라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플랫폼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유럽은 국가가 콘텐츠를 규제하지만 이 또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양쪽 모델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후쿠야마 교수는 '미들웨어' 개념을 제시했다. "콘텐츠 조정 기능을 거대 플랫폼이 아닌,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제3의 중립적 중개기관에 위임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필터링 기준에 따라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어, 무분별한 정보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요테루 츠츠이 스탠퍼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포퓰리즘 정치인이 대중과 직접 연결되는 강력한 도구"라며 "이를 공공재로 보고 정부 차원의 규제와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기술을 활용한 대응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국도 이제는 소셜미디어의 공공적 성격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디디 쿠오 스탠퍼드대 프리먼-스포글리 국제문제연구소(FSI) 센터 펠로우는 "미국에는 여전히 대통령 권력 견제를 위한 법적 제도 정비, 초당적 친민주주의 연대 구축, 중도 정치 세력의 재편을 통한 극단주의 선거 패배 유도 등 회복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민주주의 복원은 결국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주의 후퇴의 근원을 뉴미디어 확산과 구시대적 정치제도에서 찾았다. 그는 "알고리즘 기반의 소셜미디어는 정치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을 강화하고, 타인의 의견 수용을 차단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선거제가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고착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비상계엄, 탄핵, 대선 등 일련의 정치 사건은 1987년 헌법 체제가 시대적 요구를 더 이상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하며, "대통령과 협치하고 국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국회 중심의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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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왼쪽부터),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 디디 쿠오 스탠퍼드대 센터 펠로우, 기요테루 츠츠이 스탠퍼드대 교수, 이숙종 성균관대 특임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최종현 학술원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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