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치보다 드론’…한국형 FPV 군단, 세계 방산전략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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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FPV 군단'이란 표현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정적 전술무기로 부상한 소형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드론을 한국군이 조직적이고 대량으로 운용하겠다는 전략적 구상을 반영한 용어로서, 향후 유·무인 복합 전력 체계로의 대전환, 말 그대로 '드론 군단'의 시대가 열린 것을 의미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군의 무기체계가 결정적 분기점에 접어든다. 그 중심에는 더 이상 '아파치 가디언' 같은 전통적 대형 공격헬기가 아닌, 국산 기술로 무장한 무인기 전력이 있다. 유·무인 복합 전력 체계로의 대전환, 말 그대로 '드론 군단'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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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예산 조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전략적 전환"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번 결정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러난 대형 헬기의 한계는 현실이다. 더 이상 고가의 유인 항공전력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각국 군사 전략의 '리셋 버튼'을 눌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의 자랑이던 Mi-28, Ka-52 같은 고성능 공격헬기가 우크라이나군의 저가형 드론과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에 연이어 격추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고가 유인 플랫폼의 생존성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러시아가 자랑하던 Mi-28 공격헬기(1대 약 170억 원)가, 100만 원짜리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에 격추되는 장면은 현대전의 전술 판도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또, 200억 원대 Ka-52 헬기가 1천만 원짜리 휴대용 미사일에 무더기로 격추되며, "헬기 무용론"이라는 신조어가 유럽 군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 육군은 2023년 차세대 정찰헬기 '코만치' 개발 사업을 전격 취소했다. 총 20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를 투입한 야심작이었다. 랜디 조지 미 육군 참모총장은 "공중 정찰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단언했다. "무인기가 헬기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도 같은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아파치 가디언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공격헬기로 평가받는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과 야간 작전 능력까지 갖췄지만, 한반도 지형에서는 그 진가를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급격한 산악 지형과 도심 밀집 구조에서는 드론과 장거리 유도 무기체계가 더 효율적인 전력이라는 게 군의 내부 판단이다.
특히 한국군은 이미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체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정밀 유도 드론 체계가 결합되면 기존 헬기나 전차 중심의 공세적 전략을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마련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 전환은 단순히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성에서도 드론의 우위는 압도적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도입하려 했던 아파치 36대의 총사업비는 약 4조 6,655억 원. 반면 그 비용이면 국산 드론 100만 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심지어 소형 드론의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다면 650만 대 이상의 생산도 가능하다는 것이 국내 방산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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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공군, 육군, 해병대 모두에 맞는 맞춤형 드론 체계를 구축 중"이라며 "드론 전용 통신망과 GPS 교란 대응 체계까지 포함한 통합 작전 플랫폼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도 한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드론 제조업체들은 통신탑재형, 야간침투형, 고고도 장기체공형 등 다양한 드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중동·유럽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방산기업 A사 관계자는 "이미 드론 한 대에 미사일, 레이저 타깃터, 적외선 카메라까지 탑재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국방부가 진정한 플랫폼 중심 전략을 선택할 시, 드론은 전장을 지배할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드론 산업이 민수·산업·군사용 영역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KAI),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풍산 등 대표 방산 기업들이 잇따라 정찰형·자폭형·수직이착륙형 드론 등 다양한 전장용 무인기를 개발하면서, 'K-드론 군단'이 본격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KAI는 방산 중심의 전투형 드론 및 스마트 드론 시스템 개발에 주력 중이다. 보잉과의 전략적 제휴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드론뿐 아니라 안티드론 체계와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을 함께 개발 중이다. 유콘시스템과 드론택시 관련 협력도 강화하고 있으며, 자사 안티드론 체계는 90% 이상의 포획률을 달성했다.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은 대한항공이다.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해 중고도 무인기(KUS-FS), 수직이착륙 무인기(KUS-VT), 소형 자폭드론(KUS-LM), 스텔스 무인기(KUS-FC) 등 다양한 전장용 무기를 개발 중이다. 특히 KUS-RP 협동 드론은 AI 파일럿 기능을 탑재, 유인기와 협동 작전(MUM-T)이 가능하다. 2025년 시험비행을 거쳐 2027년 실전 배치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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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한국 드론 산업은 이미 전시 실전 배치 수준에 도달했고, 기술·가격 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전통적인 무기체계의 대안이자 전략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군은 'K-드론 벨트' 구축을 통해 전국에 드론 전문 부대와 시험장을 확대하고 있다. 방사청, 과기부, 산업부, 국방과학연구소 등 관계 부처와 연구기관도 드론 전용 플랫폼을 '제2의 국산 KF-X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전력 전환은 비단 공중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향후에는 수중 드론(자율 무인잠수정)과 지상 로봇(무인지상차량, UGV)까지 포함한 전(全)영역 무인전력 구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당국자는 "이제 전쟁은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최대의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헬기·전차·병력 중심의 초전박살식 전쟁에서, 센서와 데이터, 정밀 타격이 중심이 되는 지능형 전장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드론 군단이 헬기를 대신해 전장을 날아오르는 순간, '초전박살'은 더 이상 재래식 무력의 개념이 아닌, 데이터 기반 비대칭 전력의 상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