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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성우 교수 “與사법개혁, 삼권분립 근간 흔들어… 국민 공감대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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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08. 28. 17:49

검찰·사법개혁 길을 묻다
대법관 증원 '코드 인사' 오해 불가피
소수 정예 대법원은 글로벌 스탠다드
1·2심 심리 강화로 상고심사건 줄여야
법관평가제 사법부 독립 유지 치명적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4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법학관에서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삼권분립은 헌법 정신의 핵심이다. 헌법이 대통령 임기를 5년, 대법관 임기를 6년으로 정한 것은 정권 교체에도 다름을 포용하며 사법부 독립을 지키라는 의미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을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여당의 독주로 다름을 포용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사법개혁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지 교수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는 지난 27일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내달 첫째 주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최대 30명까지 증원하는 방안과, 국회 교섭단체 추천 인사 등이 참여하는 법관평가위원회 설치가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지 교수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헌법학자다. 제30대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냈으며 한국공법학회·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 교수는 지난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법관 증원 논의에 대해 "헌법 정신과 직결되는 쟁점"이라며 헌법 제105조 제2항이 규정한 대법관 임기 6년에 담긴 의미를 강조했다. 우리 헌법은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는 모두 6년으로 정해져 있다.

지 교수는 "6년 임기는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전임이 임명한 대법관이 임기 동안 자리를 지키며, 새 정부가 기존 인사를 존중하고 협의하도록 한 헌법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원을 30명으로 대폭 늘려 현 정부 시기에 임명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헌법 정신에 대한 도전"이라며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가 흔들릴 뿐 아니라 이재명 정권 입장에서도 '코드 인사'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지 교수는 대법원의 적정 규모와 관련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의 적정 규모는 9명에서 15명 이내가 적당하다는 것이 국제적 공통 인식"이라며 "미국(9명), 캐나다(9명), 호주(7명), 영국(12명) 모두 사건을 선별심리하면서 소수 정예 체제를 지켜왔다. 이는 대법원이 사실심을 맡는 것이 아니라 판례 정리와 법리 통일을 담당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네수엘라는 대법관을 늘리면서 여당 성향 인사로 채우자, 사법부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를 잃었다"며 "한국도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 교수는 대법관 증원만으로는 사건 적체를 해소할 수 없다며 하급심 재판 기능을 강화해 초기 단계에서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처럼 상고심을 줄이고 1·2심에 연구관과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현명하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1심에서 종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어서 하급심 강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법관평가위원회 신설 논의에 대해서도 지 교수는 우려를 나타냈다. 여당이 추진 중인 법관평가위원회 설치안은 국회 교섭단체 의석 비율에 따른 추천 5명, 법률가단체 추천 5명, 법원 내부 구성원 5명 등 총 15인 이내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해 인사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 교수는 국회 다수파가 법과 재판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시도라고 평가하며 "외부 평가 결과가 인사에 직접 반영되면 사법부 독립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외부 개입이 과도하면 재판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정욱)가 각 지방변호사회에서 실시하는 법관 평가를 통해 일정 부분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제도를 보완·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 교수는 사법개혁이 공정한 재판·신속한 재판·친절한 재판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논의는 진영 간 갈등에 치우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법을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숙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 교수는 "정책과 입법은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그 길이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다면 국민은 강하게 저항해야 한다"며 "국민이 주인 의식을 갖고 지켜보며 참여하는 것,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당부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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