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 기준강화 등 변수에 '발목'
"기업 성장할 수 있는 시장 마련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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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 방안과 상법 개정안 등은 '코스피 5000달성' 정책과는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코스피 지수는 한동안 박스권에 갇혀있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 코스피 지수를 발목잡은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변경할 것으로 기대되며 10일 코스피 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와 기업, 정책 등 세가지 측면에서 신뢰도를 높여야 코스피 지수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은 긍정적이지만, 회사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대주주 양도소득세 유지는 물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어야 주식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67%오른 3314.53으로 장을 종료했다. 이 대통령이 11일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중 3310선을 돌파했는데 이는 2021년 7월 6일 이후 최고치다.
앞서 이번 정부는 개정 상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도록 했다. 이달 초에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정원 확대 등을 포함한 추가 개정안도 의결했다. 그동안 대주주와 회사의 이익 위주로 움직였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가장 크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적적이다.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그동안 소외됐던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해 투자자의 유입 통로를 확대했다는 평가다. 특히 쪼개기 상장 등의 행위가 금지될 전망이다. 앞서 일부 기업들은 쪼개기 상장 등 물적분할 후 신규 상장, 중복 상장을 통해 기업 주주들의 가치는 훼손시켜왔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리 강화, 배당 확대 유도 등이 유의미하다고 본다"며 "이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투자자들의 심리를 개선시키고,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을 가속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이사들은 회사에게 이익을 주는 의사결정에도 법적 분쟁 리스크를 인식해 보수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주 권익 보호라는 취지는 살리되, 지배주주 편향적 의사결정을 억제하려는 취지와 회사의 합리적 경영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 사이에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진규 동국대 교수 겸 한국증권학회장은 "시장이 우상향하기 위해선 투자자에 대한 신뢰, 기업에 대한 신뢰, 정책에 대한 신뢰가 갖춰져야 한다"며 "먼저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처럼 신속하고 강력한 제재로 주식시장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쌓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 매매 중심으로 시장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이어 전 교수는 "일부 기업들의 물적분할 후 상장, 갑작스런 유상증자, 낮은 주주환원, 인수합병 시 가치산정 문제 등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끼치는 피해가 있다"며 "기업들 자체적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 신뢰도도 최우선 과제라는 강조했다. 그는 "일관된 정책 기조와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투자자와 기업이 안정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투자자가 안심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문화 형성을 위한 신뢰 구축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꼬집었다.
상법 개정안과 세제 혜택으로 주가를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란봉투법' 또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근 자본시장과 관련한 정부 제도를 살펴보면 상법 개정은 긍정적이지만, 세제 개편안. 특히 대주주 양도소득세나 노란봉투법은 기업을 옥죄는 제도"라고 밝혔다.
최재원 서울대 교수는 "정책으로 인한 코스피 상승은 '원타임 샷'처럼 단기적인 요인에 불과하다"며 "지수가 꾸준히 올라가기 위해선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돈을 잘 조달해 투자로 이어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란봉투법 등은 사회 정의나 시장에서의 분배 문제지, 기업 성장을 일으키는 제도는 아니다"라면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