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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두 번째 필버 돌입…‘검찰청 폐지’ 놓고 장내·장외 투트랙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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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5. 09. 26. 19:15

정부조직법 강행 처리 맞서
필리버스터·장외투쟁 병행
검찰청 폐지, 정국 뇌관
법조계 반발·수사에 여야 충돌
발언하는 송언석 원내대표<YONHAP NO-5230>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 참...<YONHAP NO-5195>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이틀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본회의 표결 강행 방침을 굳힌 기류 속에서, 당은 장내 저지전과 장외투쟁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맞서며 추석을 앞둔 민심전에 총공세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조직법 관련 법안 4건(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원 정수) 중 두 번째 안건을 두고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전날에 이어 의원들을 교대로 투입해 장시간 발언을 이어가며 법안 표결을 지연시키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공방이 이어지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종일 긴장감으로 뒤덮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차례로 발언대에 올라 '입법 폭주'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의사진행 발언을 두고 고성이 오가면서 회의장은 수시로 소란스러워졌다. 안건이 나뉘어 처리되고 있음에도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은 특정 법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박수민 의원은 이날 17시간 12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며 현역 의원 중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기류 속에서 필리버스터 범위를 더욱 넓히기로 했다. 당초 정부조직법 등 쟁점 법안 4건에 한정했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방침은 이날 비쟁점 법안 69건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비쟁점 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정부조직법 수정안 표결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당의 입법 폭거를 국민께 상세히 알리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 처리를 늦추기 위해 선택하는 전통적 수단이지만, 다수당이 종결동의를 제출하면 표결을 막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번에도 민주당의 종결동의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지만, 국민의힘이 이틀째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이유는 단순한 지연책이 아니라 '기록과 여론'이라는 두 가지 효과에 있다. 본회의장에서 이어지는 장시간 발언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 과정을 공식 기록에 남기는 효과를 낳고, 동시에 언론 노출을 극대화해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당초 4일간 한정적으로 운영하려 했던 필리버스터를 모든 법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특히 문제 삼는 대목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긴 검찰청 폐지다. 개정안은 검찰청을 없애고 대신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조치로, 검찰 조직의 존재 기반을 흔드는 급진적 개편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법조계 안팎의 반발도 거세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둘지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최근 입장문에서 "헌법상 검찰을 지우는 것은 개혁에 오점이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검사와 수사관들의 대거 이탈 우려까지 겹치며 제도 시행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청 폐지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사법 체계의 균형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꼽힌다. 여당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통한 개혁을 내세우지만, 야권과 법조계는 이를 '헌법기관인 검찰의 해체'라고 규정하며 거세게 맞서고 있다. 검찰의 헌법상 지위 문제와 함께, 공소청 신설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 발생하거나 경찰과의 권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검찰 조직의 존폐가 정권 이해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향후 특검법·사법개혁 논의와 맞물려 정국 전반으로 불씨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정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한 야권 관계자는 "보완수사권을 없애겠다는 것은 경찰 수사를 사실상 통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결국 부실수사나 사건 은폐가 늘어나고, 피해자만 고통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28일 서울시청 앞 대한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국회 안 투쟁과 더불어 장외 여론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투트랙 전략이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필리버스터로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저지하고, 밖에서는 장외집회를 통해 민심에 직접 호소하겠다는 계산이다. 집회에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며, 현장에서 '민주당 독주 저지'를 외치며 여론전에 나설 방침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인천광역시당 주요 당직자 워크숍에서 "지금 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설령 뜻이 다르더라도 장외 집회로 나와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뜻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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