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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만 고립 시도...“트럼프와의 무역협상 지렛대로 ‘대만 독립 반대’ 공식 선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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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9. 29. 05:08

WSJ "시진핑, 미국의 대만 정책 중립성 파괴 시도"
"'대만 독립 지지 않는다' 넘어 '반대' 트럼프에 요구"
"트럼프 '대만 독립 반대' 선언시 시진핑 중국 내 권력 공고화"
미중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환영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AP·연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 변화를 끌어내 대만을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합의를 간절히 바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 주석은 이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도록 압력을 가할 계획이고, 실제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WSJ이 이 사안을 잘 아는 인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미 중국 정부 외부 정책 고문들을 미국 측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고 WSJ은 알렸다.

미중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017년 4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의 트럼프 대통령 저택에서 진행된 만찬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
◇ WSJ "시진핑, 트럼프의 '대만 독립 반대' 공식 선언 압박·유도 가능 믿어"
미, '대만 독립 지지 않는다'로 '독립 반대' 표현 회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과 대만 정부 간 균열 조장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궁극적 목표(holy grail·성배)"라며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향후 교류 기간을 미국과 대만 정부를 갈라놓을 수 있는 최선의 기회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한 이후 대만을 중국의 통제하에 두는 것을 국가 부흥을 위한 '중국몽'의 핵심 교리로 삼아왔으며 '통일'이 불가피하고, 대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치·군사적 지원을 의미하는 표현인 '외부 세력'에 의해 저지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중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뒤 '하나의 중국 정책'을 통해 대만관 비공식 관계를 이어왔다.

이 정책은 중국이나 대만 어느 한쪽이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대만의 독립 및 주권과 관련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미중 외교장관 회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7월 11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로이터·연합
◇ WSJ "트럼프 '대만 독립 반대' 선언시, 시진핑 권력 공고화에 기여"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독립 반대'를 약속하게 되면 역대 미국 행정부와 다른 입장이면서 시 주석의 외교적 승리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다고 인사들은 전했다. 시 주석에게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와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고 WSJ은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독립 반대'를 선언할 경우 이는 미국의 정책이 지금까지의 중립적인 입장에서 대만의 주권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에 더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시 주석의 중국 내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아직 공식적으로 계승하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걸 피해 왔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경우 자기의 협상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연시키고, 중남미를 방문하려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불허하면서 대만 지지보다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우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 트럼프 행정부, '하나의 중국 정책' 유지...중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강압적 행동 반대

다만 백악관과 가까운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면서 대만이 드론과 탄약 구매 확대 등을 통해 방어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는 "대만 해협의 양 국가와 행정부 차원의 상호 작용을 규정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여전히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은 대만과 관계를 확대하고 무기 판매를 늘렸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중국의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개인적으로 재확인했다고 인사들은 전했다.

당시 중국은 루비오 장관의 이런 발언을 미국의 허락 없이 공식 보도자료에 게재했으며 이는 루비오 장관을 언짢게 했다고 한다.

미국 측이 공개한 통화 내용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의 언급은 대만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압적 행동'에 우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2월 업데이트된 국무부 대만 관계 팩트 시트에는 심지어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표현이 삭제됐다고 WSJ은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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