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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온다고 오를까요?” 정치권 발길에 피로감 쌓이는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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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5. 09. 30. 18:00

박이삭님 크랍
"온다고 (코스피 지수가) 오를까요?"

연일 자본시장 업계를 찾는 정치권의 방문 일정을 두고 증권가의 반응이 시원찮습니다. 올해만 해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모두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를 총 7번 방문하면서입니다. '코스피 5000 시대' 공약 이행을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대책을 내놓겠다는 취지이긴 하지만 느닷없는 방문 일정으로 증권업계의 피로도가 높아진 모습입니다.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의 방문 일정이 대표적입니다. 금투협 측은 급히 간담회 자리를 만들었지만, 정작 이번 방문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긴 어려웠다는 후문입니다.

장동혁 대표·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개 발언 시간은 물론 비공개 시간에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간담회에 자리한 한 참석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관련해 정부·여당 안보다 더 실질적으로 투자자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며 "정부·여당과 어떻게든 협력해 (국힘이 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안을 꼭 통과시키고 싶다고 했다"고 귀띔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이런 움직임은 더불어민주당의 증시 활성화 프레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이 '코스피 5000'을 내걸고 투자자를 사로잡는 만큼 국힘도 이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국힘이 배당 친화 카드를 내미는 건 이 같은 전략의 일환입니다. 직접적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세제 정책이 표심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듯합니다.

물론 정치권의 방문이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입니다. 다만, 급조된 간담회를 준비하느라 업무가 중단되고 구체적인 정책 논의보다는 사진 촬영과 원론적 발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관심은 늘 환영하지만 눈에 띄는 정책 개선 없이 표심용 방문만 되풀이되면 현장 부담이 커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관건은 말이 아닌 실천입니다. 정치권의 현장 방문이 진정한 의미를 지니려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야 합니다. 배당소득 분리세제의 경우 국민의힘 지도부의 말마따나 여당의 협조를 얻어야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준으로 세제 개편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국힘이 원하는 '배당 프레임'이 적잖은 효과를 거둘 겁니다. 민주당 역시 계속해서 코스피 5000 공약을 구체적 성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업계 종사자들의 피로감을 덜어 내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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