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효과 있어도 결국 실적이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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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9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NICE평가정보, SK오션플랜트, 파라다이스 등 3곳만 주가가 상승했고, 나머지 6곳(PI첨단소재, 엠씨넥스, LX세미콘, 비에이치, 엘앤에프, 포스코DX)의 주가는 상장 당시 대비 30~70%가량 하락했다.
상승 종목 가운데 NICE평가정보는 이전 상장 당시 1만560원이던 주가가 지난 26일 1만3400원으로 27% 올랐다. 파라다이스는 1만4240원에서 2만1150원으로 49% 뛰었고, SK오션플랜트도 2만1800원에서 2만4200원으로 11% 상승했다.
반면 PI첨단소재는 5만7200원에서 1만6670원으로 70% 넘게 떨어졌다. 포스코DX 역시 6만9600원에서 2만1400원으로 69% 하락했고, 엘앤에프는 14만5100원에서 7만2400원으로 반토막 났다. 엠씨넥스는 4만83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42%, LX세미콘은 8만2700원에서 5만4800원으로 34% 각각 줄었다. 비에이치 역시 2만7900원에서 1만7560원으로 내려 37% 하락했다.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는 업황과 실적 둔화가 지목된다. 엘앤에프는 2차전지 업황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포스코DX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IT 투자 축소의 영향을 받았다. LX세미콘 역시 반도체 업황 사이클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엠씨넥스와 비에이치도 스마트폰 수요 둔화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코스닥 기업들이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기관 자금 유입과 시장 신뢰도 제고다. 특히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면 연기금과 글로벌 패시브 펀드 등 지수 추종 자금이 자동 유입돼 유동성이 확대된다. 반면 코스닥150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 지수 편입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전 상장을 위한 자격 요건은 코스피 신규 상장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설립 3년 이상, 매출액 1000억원 이상과 일정 수준의 이익 실현 등 기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주식 분산도와 경영 투명성, 소액주주 보호 장치 등도 한국거래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전 상장은 일시적인 수급 개선에 그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결국 업황과 실적에 좌우되기 때문에 이전 상장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전 상장은 코스닥 시장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형주가 코스피로 빠져나가면 코스닥 지수는 성장 동력을 잃는데다가 특정 업종에 종속되는 구조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이전 상장이 반드시 호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기업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전 상장을 단순한 호재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과 투자자 모두 이전 상장을 만능 해법으로 여기기보다 실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알테오젠은 이전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 준비에 나섰다. 연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관련 안건을 처리하고, 2026년 1분기 내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