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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26일 총파업에 돌입하며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5%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노조는 저출생·돌봄 공백 등 사회적 과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합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1억1800만원에 달하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 상반기 순이익은 8조원을 넘기는 등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 4.5일제는 정부 전체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하고, 내년부터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일 것이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상황은 다릅니다. 당국은 현재 '생산적 금융·소비자 중심 금융·신뢰 금융'이라는 3대 과제를 중심으로 금융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확보된 여력을 신성장 산업으로 유도하고, 금융기관이 대출 창구를 넘어 산업 전환의 축으로 자리 잡게 하려는 상황에서 주 4.5일제 도입은 정책 추진의 속도와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근무일 단축이 조직 역량과 현장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점 통폐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근무일까지 줄어들면 고령층·중소상공인 등 현장 고객들의 불편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은 은행을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 4.5일제가 시행될 경우 금요일 오후 등 주말 직전 창구 이용이 막히게 돼 실질적인 금융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중소상공인들 역시 점심시간과 마감 직전 거래 비중이 높아, 근무일 단축이 유동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억원 위원장은 29일 은행장 간담회를 위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를 찾는 과정에서 금융노조 집행부와 약 2~3분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위 중이던 노조 관계자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넨 이 위원장은 "노조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을 잘 보고 있다"며 "근 시일 내에 자리를 마련해 논의하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짧은 환담이었지만, 정부가 금융노조의 요구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관건은 이 위원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입니다. 정부의 시각은 전체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기조가 분명하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금융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산업 여건을 면밀히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해법을 마련해 금융 대전환의 동력을 바로 잡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