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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판사회의 실질화 추진…法 “사법의 정치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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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11. 20. 18:47

자문기관에서 심의·의결 기구로 변모
특정 성향 판사 영향 행사 배제 불가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시, 후보 추천에도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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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 전체회의에서 전현희 단장(가운데)이 발언을 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여당이 판사들의 자체 회의를 통해 법원별 행정 사안을 결정·집행하는 방안을 사법개혁 과제에 추가했다. '판사회의 실질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법행정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판사회의의 결정권이 커질 경우, '사법의 정치화'를 낳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 사법행정 정상화 TF'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법원행정처 폐지와 전관예우 금지, 법관 징계 실질화 등에 더불어 판사회의 법제화를 주요 논의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판사회의는 법원조직법을 통해 '사법행정에 관련한 자문기관'으로만 규정되지만, 앞으로는 '심의·의결 기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실질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법개혁을 통해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시켜 제왕적 대법원장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판사회의 실질화가 '이상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판사회의에 부여된 결정권이 막강해지면, 특정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이 사법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내부 정치화'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 전체 규모의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본래 사법행정과 법관독립 의견을 표명하기 위한 법관회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진상 규명을 계기로 상설화됐다. 그러나 상설화 이후 선출된 의장·부의장 16명 중 8명이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으로 드러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 회의에서는 내부 의견이 모이지 않아 결론조차 내리지 못하면서 영향력이 쇠퇴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뜻 보기엔 판사회의 실질화가 민주적으로 좋아 보여도, 의사 결정 구조가 합리적으로 이뤄지진 못할 것"이라면서 "판사 업무량과 조직의 생리에 비춰 봤을 때 심도 있는 회의가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김이 센 판사의 입장을 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견 합의 시 몇 명이 회의에 참석해, 그 중 몇 명이 동의하는 게 좋을 지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제도 개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각 법원마다 사법행정 운영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소규모의 법원행정처를 수십 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판에 전념해야 할 법관들에게 사법행정 운영의 부담까지 더해져 결과적으로 재판 지연 등 사법개혁이 해결하려 하는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주장이 다시 거론되면서, 판사회의가 후보 추천 과정에 관여하도록 한 법안 내용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내란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두고 법원 판사회의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각각 4명씩, 법무부가 1명을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판사회의가 특정 정치 성향으로 흐른다면 사법부의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판사회의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의 주도권에 의해 이뤄진다면, 여당이 의도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오히려 판사 사회 내부 갈등과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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