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삼권분립 훼손"…역대 변협회장 등 공동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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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는 전날 늦은 밤 전체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강행처리했다. 특별법은 1심과 항소심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내란전담영장판사를 새로 임명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와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된다. 여당은 오는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배당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전산 시스템을 통한 무작위 배당을 원칙으로 한다. 특정 법관에게 사건이 배당되도록 할 경우 헌법상 국민의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악용 가능성과 재판의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며 "법무부, 즉 수사권과 행정권을 대변하는 기관이 사법권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굉장한 사법권 제한이자 침해"라고 우려했다.
판사, 검사와 함께 '법조 3륜'으로 불리는 변호사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9명과 여성변호사회장 4명은 4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을 위협하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신설 시도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는 재판부의 구성과 재판권 행사에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며 "절대적 입법권력에 휘둘리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둥인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수도권의 한 로스쿨 교수는 "사법권의 독립은 단순히 재판 과정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누가 어떤 사건을 맡아 재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건 배당 권한 자체가 바로 사법권의 핵심 요소"라며 "우리나라에는 약 3000명의 판사와 5~600개의 재판부가 존재하는데, 이 각각이 독립된 법원으로 간주된다. 단독판사 재판부도, 합의부도, 대법관도 모두 각자 독립된 법원이고, 서로 간섭할 수 없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특별재판부를 입법으로 설치해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가 맡도록 강제하는 것은 곧 사건 배당권을 외부에서 지정하겠다는 의미이고, 이는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며 "더 나아가 특정 사건을 처리할 '특별법원'을 만드는 효과를 가지므로 이는 헌법 110조가 금지하고 있는 특별법원 설치 금지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에 대한 각급 법원장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전국 법원 판사들을 대표하는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오는 8일 열린다. 그러나 사법부가 여당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헌법 전문 변호사는 "회의체는 그간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강한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며 "신중한 검토나 공론화 없이 사법구조를 뜯어고치는 입법부를 향해 법관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