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빅터 차 “글로벌 무역, 전략 무기화…연대로 대응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08010002866

글자크기

닫기

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2. 08. 17:44

[사진 1]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조지타운대 석좌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조지타운대 석좌교수가 강연하고 있다./최종현학술원
글로벌 무역시장이 점차 외교안보적 압박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존에는 중국이 전략적 무기로 활용했으나 점차 미국도 관세 등을 기반으로 외교·안보에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견국간의 연대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8일 최종현학술원은 지난 6일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를 초빙해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중국의 무역 무기화'를 소개하며 중국이 무역과 시장 접근을 기존 통상분쟁과 다르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 강압'을 보호무역이나 일반적인 통상 분쟁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는 시장 접근이나 공정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국의 주권적 정치 선택을 바꾸기 위해 무역과 투자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은 민주주의·인권·영토 문제에 대한 발언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며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회복력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중국식 경제 압박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에 따라 1997년 이후 최소 600건 이상의 강압 사례가 있었다고 봤다. 그는 중국식 경제 압박의 특징으로비공식·비공개 방식, 명확한 법적 근거의 부재, WTO 제소가 어려운 수단 활용을 꼽았다.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 중단, 일본에 대한 희토류 압박,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 중단 조치가 모두 같은 맥락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은 제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도, 문서로 남기지도 않는다. 전화나 구두 지시를 통해 '종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는 시장 접근이나 공정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국가의 주권적 선택에 대한 정치적 보복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전략 자산으로 삼을 필요가 이다는 조언이다.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수입하는 OLED 패널의 상당 부분이 한국산이라는 점에서, 동맹국 간 공조가 이뤄질 경우 실질적인 레버리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비고리형 탄화수소, 일본산 산업용 로봇과 은분(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 역시 중국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고의존 품목으로 지목됐다.

최근 무역 전쟁 대응책으로 제시되는 공급망 다변화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한 공급망을 지키면 중국은 다른 공급망을 공격한다"며 "문제는 대응이 아니라 억지(deterrence)"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집단적 회복력(collective resilience)' 개념을 제시했다. 동맹·파트너국들이 서로의 취약 품목(고의존 품목)을 분담해 '한 가지씩' 대응 카드(억지 수단)를 준비해두는 방식이다.

핵심 사례로 차 교수는 유럽연합의 통상위협대응조치를 들었다. 차 교수는 2023년 말 EU가 이 제도를 발표한 이후 중국의 유사 행위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억지의 효과는 실제 사용이 아니라, 사용될 수 있다는 신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북아 및 인도태평양에서도 이러한 동맹 혹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강연 이후 토론에서는 기존의 미·중에 대한 한국의 전략도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 또한 무역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관저에서다. 차 교수는 집단적 회복력의 실행 단위로 G7을 중심으로 한국과 호주 등 중견국이 결합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이미 EU 차원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공유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는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직접 경험하며 대응 의지를 보여왔다"며 "이들과 한국이 결합한 'G7+한국·호주' 구성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한·미 간 관세·통상 현안이 안보 협력으로 번질 가능성도 논의됐다. 차 교수는 "최근 미국 행정부 하에서 공동 문서의 우선순위가 과거와 달리 통상·투자 이슈가 앞에 놓이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경제 분야의 진전 부족이 안보 협상에 전술적으로 영향을 주는 위험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안보 현안의 중대성과 양측의 전략적 이해가 크기 때문에, 전략 차원의 협력이 완전히 막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