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차 없는 거리'로 안전·쾌적 두 마리 토끼 잡아
외부 방문객 유입 한계…SNS·카카오톡으로 돌파
서울시 "로컬 랜드마크·체험 공간으로 적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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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 시장 내부의 쾌적함이다. 전통시장은 대량의 물건을 싣고 나르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뒤엉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따라다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부천의 한 재래시장에서 차량이 돌진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질퍽한 바닥과 차량 혼잡은 오랫동안 전통시장 하면 떠오르는 불편함의 상징이었다.
백년시장은 이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했다. 오토바이나 차량에 방해받지 않고 장바구니 카트를 끄는 어르신들부터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주민들까지, 시장 안은 비교적 여유로운 흐름이 이어졌다. 내부 곳곳에 설치된 LED 전광판에서는 알뜰 정보와 이벤트 소식이 안내되며 편의성을 더했다. 한 상인이 생선을 다듬는 손놀림 옆으로 흥정 소리가 오가고, 좌판 위에 수북이 쌓인 제철 나물이 봄 햇살에 싱그럽게 빛났다.
강북구에 따르면 백년시장은 1970년대 한천로 인근에서 자연 발생한 소규모 시장으로 지자체 인정을 통해 제도권 지원을 받는 '인정시장'으로 지정돼 있다. 한때 서울 북부 농산물 유통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서울 북부의 가락시장'으로 불렸다. 시설 노후화와 유통 환경 변화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지만, 강북구는 아케이드·LED 전광판·증발냉방장치 설치 등 단계적 시설 현대화로 시장에 새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아내와 함께 시장을 찾은 석종태씨(70대)는 "지붕(아케이드)이 생기고 길이 정비되면서 날씨와 상관없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어 예전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 년째 단골이라는 김봉덕씨(80대)도 "지금이 가장 깔끔하고 보기 좋다"며 "나에게는 삶의 터전 같은 곳"이라고 했다.
상인들 역시 쾌적해진 환경이 매출로 연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닭집을 운영 중인 오모씨는 "예전에는 날씨가 안 좋으면 손님이 안 왔다"며 "지금은 이렇게 아케이드 지붕도 생기고 거리도 안전하고 깨끗하니 손님들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야시장이나 축제를 열면 이틀 동안 3000~4000명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설 개선이 곧바로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백년시장은 여전히 방문객 상당수가 인근 주민에만 머물러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불과 1.5㎞ 떨어진 수유시장에서도 확인된다.
1966년 개장한 수유시장은 건물형(수유시장)과 골목형(수유전통시장·수유재래시장)으로 구성된 서울 5대 재래시장 중 하나다. 장을 보러 온 주민과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 낮부터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의 소박한 소란함이 뒤섞인 이곳은 전통시장 특유의 정감이 가득했다. 수유동 '1인 가구'인 황동욱씨(30대)는 "시장 물가가 마트나 외식 물가보다 훨씬 저렴해 부담 없이 밥도 먹고 장도 볼 수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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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장 모두 지역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외부 방문객 유입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상권 확장의 공통된 과제로 꼽힌다.
이에 강북구는 생활밀착형 시장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외부 유입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구 관계자는 "SNS 서포터즈와 카카오톡 채널 마케팅 등 체험과 먹거리 중심 콘텐츠를 강화해 외지 방문객 유입을 늘리고, 온라인 노출이 실제 방문과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시장 구역과 품목별로 콘텐츠를 세분화하고, 상인 참여형 홍보를 확대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역시 전통시장 현대화와 활성화 기조에 따라 두 시장의 자생력 회복을 위해 꾸준히 재정을 투입해 왔다.
백년시장에는 2021년 아케이드 설치(21억여 원)를 시작으로 야간·음식문화 활성화, 고객지원센터 조성, 안전관리 패키지 등 매년 시비가 지원됐으며 올해는 약 2억8000만원이 편성됐다. 특히 시는 백년시장의 야간·음식문화 활성화 사업에 올해만 3000만원의 시비를 지원하며 야시장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유시장에는 명절 이벤트·노후전선 정비·공동마케팅·화재공제 가입 지원 등이 이뤄졌고 올해 약 1570만원이 배정됐다. 지원 규모의 차이는 각 시장의 시설 현대화 단계와 사업 추진 여건에 따른 것으로, 시는 시장별 특성에 맞게 지원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이해선 시 민생노동국장은 "MZ세대와 K-컬처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전통시장 방문이 늘고 있어 서울시도 전통시장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전통시장이 단순한 생활 장터를 넘어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일상의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활성화 정책을 지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강북구의 재개발과 재편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두 시장은 주민들의 삶 가까이 자리를 지켜왔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 두 시장이 전통의 온기를 간직한 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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