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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지침에 ‘어른이보험’ 이름만 쏙 뺐다…소비자보호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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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6. 04. 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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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국내 보험사들이 금융당국 규제를 피해 '꼼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가입이 가능한 '어른이보험' 상품을 출시하거나 관련 상품의 가입 연령을 상향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지난 2023년 금융당국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가입 가능한 이른바 '어른이보험' 상품명에 '어린이'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험사들이 최근 가입 연령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른이보험은 위험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어린이보험 요율을 어른까지 확대 적용한 상품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다시 어른이보험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품의 명칭만 바뀐 채 가입 연령 등은 차이가 없어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를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최근 기존 건강보험 상품의 가입 가능 나이를 최대 40세에서 50세로 상향했다. 'The건강한 0550 건강보험'은 시장에 나온 어른이보험 상품 중 가입 연령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DB손해보험의 '건강할때 가입하는 청춘어람' 상품도 5세부터 4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어른이보험 상품이다.

KB손해보험도 최근 5세부터 40세까지 가입 가능한 어른이보험을 출시했다. 'KB 5.10.10 영 플러스 건강보험'은 가입연령은 낮추고 고객의 유지 기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장기유지 할인' 제도 등을 포함한 생활밀착형 상품이다.

보험사들의 어른이보험 상품 경쟁이 과열된 배경에는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CSM 확대가 꼽힌다. 보험료 수입은 빠를수록, 지급은 늦을수록 CSM 산출에 유리하다. 어린이보험 특성상 해지율이 낮고 장기 계약 확보에 유리해 이에 부합한다.

지난 2023년 금융감독원은 어린이보험의 가입연령을 30~40세까지 늘려 어른도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상품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어린이에게 발생빈도가 극히 희박한 뇌졸중, 심근경색, 성인암 등 성인질환 담보를 불필요하게 포함한 것도 문제였다.

금감원은 당시 "어린이 특화 상품에 성인이 가입하는 등 불합리한 상품 판매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가입연령이 15세를 초과하는 경우 어린이 명칭 사용 제한을 걸었다. 보험사들에게 '어린이' 명칭 뿐만 아니라 '어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자제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보험업계에서 가입연령을 상향한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상품명에서는 '어린이'나 '어른이' 표현을 찾아볼 수 없지만, 상품 마케팅 과정에서 '어른이보험'이라는 표현이 속속 등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CSM 확대를 위한 불합리한 보험상품 개발·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보험 상품구조의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보험사들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가입연령을 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가입연령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을 막고자 상품명 사용을 제한했었다"며 "다만 법 규정으로 명시되진 않아 피해가는 상품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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