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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일명 ‘박정현 법’ 논의, 민주주의 신뢰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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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배승빈 기자

승인 : 2026. 04. 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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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빈 기자.
억지로 말이 되게 끼워 맞추는 걸 '견강부회'라고 한다. 최근 박정현 전 부여군수의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자격 논란을 보면 딱 이 표현이 떠오른다.

발단은 이렇다. 박수현 의원이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으면서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이 자리에 박정현 전 군수가 출마 의향을 밝히자, 일부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20일 전 사퇴' 규정을 들어 출마 자격이 없다는 시비를 걸고 나섰다.

박 전 군수가 직을 사퇴할 당시에는 보궐선거가 생길지조차 알 수 없던 시점의 일이었다.

쟁점은 단순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전 120일까지 직을 그만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취지는 명확하다. 현직의 행정 권한이 선거판에 흘러들지 못하도록 차단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그 권한을 내려놓은 사람에게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밀겠다는 논리, 이것이 견강부회가 아니면 무엇인가.

보궐선거라는 점을 보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보궐선거는 언제 열릴지 미리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나중에 정해진 선거일을 기준으로 과거의 사퇴 시점을 따지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선거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선거에 나갈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이런 권리를 제한하려면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무리한 해석은 선거의 공정성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박 전 군수는 지난 2월 28일 사퇴했다. 이후에야 선거 일정이 확정됐고, 그 결과 사퇴 당시에는 없던 기준 때문에 출마 자격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제도의 허점이 개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황명선 의원은 보궐선거 사퇴 시한을 120일에서 30일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박정현 법'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선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은 더 중요하다.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치러지는 선거는 시작부터 신뢰를 잃는다. 유권자의 선택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기준은 상식에 맞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배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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