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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아시아안보회의서 대만 문제 침묵…중국엔 완화, 유럽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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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6. 01. 08:00

미 국방장관, 10년여 만에 대만 언급 생략…미중 안정론 제시
독일 합참, 미군 감축 명확한 로드맵 필요"
중국·일본, '신형 군국주의' 공방
SINGAPORE-DIPLOMACY-DEFENCE-SHANGRI-LA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이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장관급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오른쪽)·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일본 방위상과 대화하고 있다./AFP·연합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미·중 관계 안정론을 내세웠지만, 유럽 동맹에는 국방비 증액과 책임 분담을 강하게 압박하며 미국·유럽 이견이 표면화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0개국·지역 이상의 국방 관계자와 안보 전문가가 참가한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중국 대표단과 일본 방위상은 '신형 군국주의'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맞섰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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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오른쪽부터)·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5월 30일 싱가포르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오커스(AUKUS)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
◇ 헤그세스, 10여년 만에 대만 언급 생략…"수행적 분노의 시대 끝" 선언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연설에서 "수행적 분노의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performative outrage is over)"고 선언하며 이 지역을 향한 '강하고 조용하며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중 관계가 수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역사적인 군비 증강과 역내외 군사 활동 확대에 경계감을 갖고 있다"며 "중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패권을 강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약 30분간의 연설에서 대만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최소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국가안보대학원 로리 메드캐프 원장은 "23년 샹그릴라 대화 역사상 미국 행정부로서 가장 덜 대립적인 연설이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싱가포르를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대만 정책은 바뀌지 않았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말하는 방식'뿐이라며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경구인 "작은 소리로 말하되 큰 몽둥이를 들고 다녀야 한다"를 인용했다.

로이드 오스틴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의 2023·2024년 샹그릴라 대화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크리스 에스텝 외교정책연구소(FPRI) 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대만의 최근 움직임을 칭찬했다면 해협 전쟁 억지에 대한 워싱턴의 지속적 관심에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라며 "침묵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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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미·중 국방장관 회담 불발…블룸버그 "미, 중동 대응으로 아시아 현안 미언급"

미국의 유화적 자세에 중국 대표단 단장인 멍샹칭(孟祥靑) 중국 인민해방군 소장 겸 국방대 교수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길 희망한다"며 전년보다 완화된 어조로 화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40억달러(약 19조2500억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를 대(對)중국 협상 카드로 언급한 사실이 있음에도 헤그세스 장관은 이 사안에 대한 공개 질문을 회피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베이징(北京)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으면 미·중이 충돌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은 둥쥔(董軍) 국방상을 2년 연속 파견하지 않아 미·중 국방장관 대면 회담도 열리지 않았다. 닛케이는 미국이 중동 대응에 쫓겨 이 지역 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남중국해 문제 등 아시아 현안 논의가 깊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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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월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일본 방위상(오른쪽)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 트럼프 행정부, 독일에 일부 병력 철수 통보…독일 합참의장 "명확한 로드맵 제시해야"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연설에서 "집단 방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 역할을 다하기를 거부하는 동맹국들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분명한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유럽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에 대한 공허한 세계주의적 말'에 정신이 팔려 군사력을 텅 비게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수주 사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 대한 분노를 이유로 독일에서의 갑작스러운 병력 철수를 발표하고 유럽 방어에 배정된 전략 자산도 축소한다고 동맹국에 통보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에 카르스텐 브로이어 독일 연방군 합참의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국방비 목표를 달성하기로 약속하는 등 대규모 국방비 증액에 나섰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은 모두 이해하지만, 필요한 능력을 그렇게 빨리 구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브로이어 의장은 "미국이 능력을 빼가면 우리가 이를 보완해야 하는데, 어떤 기간 내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투명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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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샹칭(孟祥靑) 중국 인민해방군 소장 겸 국방대 교수가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중국 대표단, 일본 '신형 군국주의' 비판…고이즈미 방위상 "핵 보유 중국의 주장 이상해"

이번 회의에서 중·일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멍 소장은 전날 "일부 세력이 공공연히 전쟁범죄를 미화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선전하고 있다"고 일본을 겨냥해 비판했고, 이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일본 방위상은 이날 연설에서 "핵무기와 전략 폭격기를 대량으로 보유한 나라가 그 어느 것도 갖지 않은 일본을 '신형 군국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한편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여하는 수색·구조훈련(SAREX)을 6월 7일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도 논의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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