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변시 오탈자 2000명 시대…“변시 응시 제한 제도 재검토 필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09010003157

글자크기

닫기

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6. 09. 21:29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변시법, 응시자격 5년 내 5회로 규정
오탈자들, 응시제한자로 사회 진출 어려워
"새로운 경력 탐색하도록 제도 구조 변화해야"
clip20260609132756
9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유)율촌에서 열린 '변호사시험 제도의 실행과 응시제한자의 경험을 통해서 본 법학교육의 미래와 비전' 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행사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손승현 기자
변호사시험(변시) 응시기회를 모두 소진해 더 이상 시험을 볼 수 없게 된 이른바 '오탈자'가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들의 경험과 실태를 토대로 법학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유)율촌 Lecture Hall에서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협의회와 서울대 법전원 공동 주최로 '변호사시험 제도의 실행과 응시제한자의 경험을 통해 본 법학교육의 미래와 비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변호사시험법 7조 1항은 법전원 졸업 후 5년 내 5회까지만 변시를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항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를 응시 제한 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있다. 즉, 노동이나 육아, 투병, 학업 등을 병행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예외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이러한 규정을 두고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헌재)는 지속적으로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지난달에도 헌재는 임신·출산을 응시 기간 제한의 예외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합헌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예외를 인정할 수록 응시기회와 합격률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시험제도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관 5명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해 최종적으로 합헌 결론이 났다.

오탈자들은 경로에서 이탈하는 순간 사회적으로 '응시제한자'로 낙인된다. 응시를 초기에 중단한 졸업생들의 경우 여러 직역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봉쇄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가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시기회 제한 제도가 응시자에게 발생 가능한 사정에 대한 고려와 사회적 숙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화된 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변시제도와 응시제한제도 관련 쟁점'을 발표한 김우석 변호사는 "국회에서도 응시기회 제한 규정을 완화하거나 예외 사유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며 "20대 국회에서부터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9차례 개정안 발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7개가 임기만료로 폐기됐으며 2개 역시 계류 중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전반적으로 여러 주에서 응시 제한을 완화하고 있으며 일본도 응시기한 도과 이후 타 자격요건을 취득해 다시 사법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오탈자 대상 경험적 연구를 통해 제도 개선 논의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변시 5회 탈락자와 합격자에 대한 다차원적 실증분석' 발표를 맡은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관련 연구 통계를 바탕으로 "법전원 진학 동기에 있어 오탈자와 합격자들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오탈자들은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공익·학문적 동기가 다른 학우보다 강한 인재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법학 교육의 본질을 변시 대비와 변호사 양성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목표와 배경을 가진 법조인 양성이라는 법전원 도입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오탈자들이 새로운 경력을 탐색할 수 있도록 제도 구조를 변화해야 한다고 입 모았다. 토론에 참석한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는 "헌법이 기본권 법이라고 하는데 기회가 결국 기본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라며 "시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어떠한 헌법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제도가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하지 않냐"며 "위헌을 바로잡는 역할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를 포함한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법전원들 역시 해당 제도를 폐지하고 합격률 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뭉쳐야 할 때"라고 했다.

양필구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사무총장은 "오탈자들은 첫 취업에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전원 대학 출신이라고 서류에 기재하면 취업전선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전원 졸업 후 취업을 어떻게 하는지, 삶을 어떻게 개척해야 하는지는 개개인의 과제이나 교육기관을 졸업한 사람이 어떠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법전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동근 법무부 법조인력과장은 "유사 직역이나 행정·입법 분야 등 법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환경 조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국제화 흐름 속에서 해외 법전원 협력으로 해외 법조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 역시 의미있는 논의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수연 교육부 대학학사운영과 사무관 역시 "법전원 제도 취지상 출발선에 따른 차등적인 기회가 부여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장학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며 "제도 개선 논의에 교육부도 적극 참여해 교육과 진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손승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