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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페인 무역 차단 지시…방문 포함 745억달러 교역 금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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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7. 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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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정상회의 후 지시..."방문도 포함"
스페인, 5% 방위비·이란전 영공·기지 사용 거부
미국, 금수 대상 품목 검토 착수…국제비상경제권한법 요건·미 자본의 스페인 투자 변수
TURKEY NAT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른쪽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에게 스페인과의 무역과 방문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방위비라는 나토 목표 거부와 이란전쟁 때 영공 통과 및 기지 사용 불허가 갈등 배경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수 대상 품목을 검토하면서 745억달러(111조8000억원) 규모 양국 교역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적용 여부가 다음 변수로 떠올랐다.

◇ 트럼프, 베선트 재무장관에 스페인 무역 차단 지시…"방문도 포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을 "상대할 가치가 없는 나라(wasted cause)", "끔찍한 파트너"라고 비난하며 "더 이상 스페인과 어떠한 무역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베선트 장관을 향해 "방문을 포함해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이 "알겠습니다(Yes, sir)"라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서 스페인을 "가망 없다", "나쁘다"고도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의 배경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나토의 새 방위비 목표치인 GDP 대비 5% 수용을 거부하고, 대(對)이란 공습 과정에서 스페인 영공 통과와 기지 사용을 불허한 데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스페인은 스페인 남부에 해군·공군 작전용 주요 군사기지 2곳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스페인의 지난해 방위비 지출이 GDP의 2%로 대폭 늘었다며 중재를 시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은 어느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블룸버그는 유일하게 2%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슬로베니아가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산체스 총리를 집중 겨냥한 것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이후 누적된 개인적 반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URKEY NATO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EPA·연합
◇ 산체스, 신뢰할 나토 동맹 강조…GDP 2% 방위비 강조

산체스 총리는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가 "매우 우호적(very cordial)"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이 신뢰할 수 있는 나토 동맹이라며 핀란드 나토 북극 감시(Arctic Sentry) 임무에 스페인군을 추가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의 방위 기여는 "실적이 보여준다(The facts are the facts)"고 강조했다.

스페인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침착하고 우려 없이 들었다"며 스페인이 미국과 훌륭한 사회·문화·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바꿀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나토 최신 추정에 따르면 스페인의 2026년 방위비는 354억1000만유로(60조7300억원)로 GDP 대비 2%다. 이는 산체스 총리 집권 당시인 2018년 111억7000만유로(19조1600억원)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NATO-SUMMIT/TRUMP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리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로이터·연합
◇ 미·스페인, 745억달러 교역 노출…투자·관광까지 금수 리스크 확대

미국 인구조사국 기준 2025년 양국 상품 교역액은 479억달러(71조9000억원)였고,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기준 서비스 포함 총교역액은 745억달러(111조8000억원)로 스페인은 미국의 23번째 교역 대상국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국은 스페인에 의약품·원유·민간항공기·옥수수 등을 266억달러(39조9000억원)어치 수출하고, 213억5000만달러(32조원)어치를 수입해 52억5000만달러(7조9000억원)의 상품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 기업의 대미 투자는 972억유로(166조7000억원)로 미국은 스페인 기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다. 미국도 스페인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스페인 내 공장·설비·사업체 등에 1160억유로(199조원)를 투자해 약 2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금수 위협에도 미국 자본의 스페인 선호는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연중 보고서에서 스페인을 주식 투자 선호국으로 평가하며 스페인 내 자산 보유액이 1040억유로(178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스페인 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대스페인 순투자는 19억유로(3조3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미국, 스페인 금수 품목 검토…미 국제비상경제권한법·EU 통상 규칙, 법적 변수

다만 미국 관리는 재무부·상무부·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수일 내에 금수 조처가 가능한 스페인 제품 목록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혀 전면 차단보다는 부분 금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해 스페인산 수입품에 대한 금수를 부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피터 셰인 뉴욕대 법학 교수는 "나토 32개국 중 한 국가가 평시 방위비 목표치를 GDP의 3%포인트 미달한 것이 미국에 대한 비상사태를 구성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IEEPA를 발동하려면 미국의 국가 안보·외교·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항소기구 위원 출신인 경제법 전문가 제니퍼 힐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스페인이 미국 국가 안보·외교 정책·경제에 대한 위협임을 입증해야 하므로 스페인만을 단독 처벌하는 것은 법적으로 상당한 난관이 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공화당 수석보좌관 출신인 마유르 파텔 변호사는 IEEPA를 통한 금수 자체는 법원의 이의 제기가 있더라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IEEPA 외에도 1974년 무역법 301조,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등 대안적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주 올리브 생산업계의 요청으로 스페인산 블랙 올리브에 30%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페인 측은 EU 관세·무역 규범상 단일 회원국을 개별 보복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방어막으로 내세웠다. 다만 로이터는 미국이 디지털 서비스세 문제로 특정 EU 회원국을 개별 관세 위협 대상으로 삼은 전례가 있어 이 방어 논리도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ITP 에어로가 공급하는 제트엔진 터빈 부품 등 일부 첨단 산업 부품은 금수 대상에서 제외될 여지도 있다.

여행 제한의 범위와 방향도 불분명하다. 스페인 국민의 미국 입국 제한인지, 미국인의 스페인 방문 제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스페인 국가통계청(INE)에 따르면 2025년 스페인을 방문한 미국인은 445만명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미국은 스페인 4위 관광 수입원으로 2024년 61억5000만유로(10조5500억원)의 수입을 안겼다고 스페인 중앙은행이 집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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