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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찰청과 후생노동성의 2025년 확정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자살자는 1만9188명으로 전년보다 1132명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로 환산하면 약 15.6명 수준이다. OECD 비교 기준으로도 일본은 10만명당 16명으로, 한국의 23명보다는 낮지만, OECD 평균 11명보다 여전히 높다. 일본 사회가 오랫동안 자살 문제와 싸워온 결과 전체 수치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해 초·중·고생 자살자는 538명으로 전년보다 9명 늘었다.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초등학생 10명, 중학생 172명, 고등학생 356명. 전체 자살자 중 비중은 약 2.8%에 그치지만, 문제는 비율보다 방향이다. 전체는 줄었는데, 학생 자살자의 숫자는 늘었다. 사회 전체의 숫자는 내려가는데, 교실 안의 위험은 올라간 셈이다.
한국의 상황과 나란히 놓으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한국은 2024년 자살자 수 1만4872명, 자살률 인구 10만명당 29.1명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비교 기준으로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전체 자살 문제만 놓고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청소년으로 시선을 옮기면 두 나라의 고민은 닮아있다. 한국에서도 2024년 만 9~24세 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0.9명이었다. 자살은 2011년 이후 14년 연속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다. 2025년 중·고등학생의 우울감 경험률도 25.7%로 나타났다. 일본은 전체 자살률을 낮추는 데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학생 자살자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전체 자살률과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 모두에서 무거운 경고음을 듣고 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의 터전이며,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배우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세계다. 어른은 직장을 옮기거나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학교는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공간이다. 교실에서의 작은 따돌림, 무심한 말 한마디, 단체 속 침묵이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학교는 교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도 스마트폰 속 단체 대화방과 SNS에서는 또 다른 학교가 이어진다. 읽음 표시 하나, 답장이 늦어진 이유 하나, '좋아요' 숫자의 차이까지 아이들에게는 관계의 온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과거의 괴롭힘이 등교 시간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하루 24시간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가 '어린이 자살 대책 긴급 강화 플랜'을 내놓고 학교와 상담기관, 지역사회를 연결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부과학성은 여름방학이 끝나는 시기와 새 학기 직후 학생 자살이 늘어나는 경향에 주목해 왔다. 개학, 진급, 성적, 친구 관계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필요한 것은 구호보다 구조다. 문제가 생긴 뒤 상담실 문을 두드리게 하는 방식만으로는 너무 늦다. 아이가 신호를 보내기 전에 먼저 살피고, 담임교사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맡기지 않는 체계가 필요하다. 상담교사, 전문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안전망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배우지만, 아이들은 그보다 먼저 '나는 이곳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를 확인한다.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성적도 진로도 뒤로 밀려난다. "자살자 전체는 줄었는데, 학생은 늘었다." 이 문장은 일본 사회의 통계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의 교실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학교는 "얼마나 많이 가르쳤는가" 하고 묻기보다, "얼마나 많은 아이를 지켜냈는가"를 물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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