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위스와 아르헨티나의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주심이 레드카드를 들고 있다. / AP 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선 각 팀의 전술 못지 않게 비디오 판독(VAR)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중지세의 세계 최강국들이 맞붙는 4강전에서도 VAR 판정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이번 대회에서 새롭게 도입된 규정과 기술에 각 팀의 희비가 갈린 장면을 조명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아닌 비디오 판독이 경기의 흐름을 바꾼 순간들이 있었다고 통신은 짚었다.
대표적인 예는 전날 스위스와 아르헨티나의 8강전에서 스위스의 브렐 엠볼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는 선수 오인(mistaken identity) 규정이 적용됐다. 아르헨티나의 레안드로 파레데스와 경합한 엠볼로의 다이빙에 당초 주심은 파레데스에게 옐로카드를 줬지만, 부과 대상이 잘못됐다는 VAR실의 판단에 온필드 리뷰가 진행됐다. 결국 주심이 엠볼로가 시뮬레이션을 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옐로카드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이 장면은 스위스가 1-1 동점을 만든 지 불과 5분 뒤 나왔고, 엠볼로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를 안고 싸운 스위스는 연장 끝에 1-3으로 패했다. 무라트 야킨 스위스 감독은 "심판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위스와 아르헨티나의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앞서 32강전에서는 독일이 VAR 판독에 눈물을 흘렸다. 수비수 요나탄 타가 파라과이와의 연장전에서 넣은 결승골이 VAR 판독 끝에 취소됐다. 독일의 발데마르 안톤이 피라과이 골키퍼 올란도 길에 대해 반칙을 했다는 판단이었지만 접촉이 경미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장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장은 공과 상관 없이 상대를 막는 행위, 특히 골키퍼를 상대로 한 경우 반칙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탈락한 독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강화된 규정에 소위 잘못 걸린 셈이다.
크로아티아는 '커넥티드 볼 테크놀로지'라는 첨단 기술에 울었다. 크로아티아는 포르투갈과의 32강전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는 듯 했지만 이고르 만타노비치가 공을 건드리는 순간이 오프사이드로 판독돼 골이 취소됐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았지만 초당 500회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공 내부 센서에 접촉이 감지됐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이런 판정들은 축구의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고 말했다.
(SP)CANADA-TORONTO-FOOTBALL-FIFA WORLD CUP-ROUND OF 32-POR VS 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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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크로아티아의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비디오 판독(VAR) 결과가 전광판에 뜨고 있다. / 신화 연합뉴스
이 첨단 센서는 만타노비치의 머리는 감지했지만 카메라 와이어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잉글랜드와 노르웨이의 8강전, 주드 벨링엄의 득점 과정에서 공이 고공 카메라를 지탱하는 와이어에 맞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이 와이어에 닿았다면 경기는 중단됐어야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고, FIFA는 센서 데이터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VAR이 개입해야 할 때 개입하지 않거나 주심의 최종 판단이 논란이 된 경기도 있었다. 호삼 하산 이집트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 패배 이후 "우리는 부당한 판정을 당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경기에선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발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지만 VAR이 개입하지 않았다. 이집트의 추가 골은 VAR 끝에 반칙이 선언돼 취소됐는데 주심 성향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