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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두 검사가 이어간 수사…경찰이 놓친 ‘몰카 SD카드 바꿔치기’ 진실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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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7.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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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증거 128GB→32GB로 둔갑
"왜 피해자 4명뿐" 의문에 檢 보완수사
압수물 관리 부실·증거인멸 경위 확인
추가 피해 입증 무산…관리 절차 강화
춘천지검 강릉지청 황보관범, 이종욱 검사
춘천지검 강릉지청 황보관범 검사(변시 8회·사진 왼쪽)와 이종욱 검사(변시 11회·오른쪽)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민훈 기자
"분명 SD카드 안에 날짜별로 영상이 많았다고 했는데, 왜 피해자는 4명뿐일까."

춘천지검 강릉지청 이종욱 검사(변호사시험 11회)는 지난해 8월 경찰이 송치한 '불법촬영 사건' 기록을 읽다가 의문을 품게 됐다. 이 의문은 경찰의 압수물 관리 부실로 사라질 뻔했던 핵심 증거와 피해 사실을 되짚는 보완수사의 출발점이 됐다.

사건은 지난해 강릉의 한 공장에서 일어났다. 직원 A씨(31)는 남녀 공용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직장 동료들을 촬영하다, 몰래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직원들은 몰래카메라에서 128GB SD카드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고, 날짜별로 정리된 수많은 촬영 영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 넘어온 사건은 피해자 4명에 대한 불법촬영 혐의뿐이었다. 특히 신고 현장에서 경찰이 압수한 SD카드의 용량은 128GB였지만,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SD카드 용량은 32GB였다. 핵심 증거가 수사 과정에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경찰도 SD카드가 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A씨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경찰은 SD카드가 바뀌었어도 A씨 소유이기 때문에 절도나 증거인멸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불법촬영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이 검사의 판단은 달랐다. 이 검사는 경찰에 SD카드가 압수된 순간부터 더 이상 A씨의 소유가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압수물로 봤고, 관련 판례를 통해 공용물건은닉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검사는 또 법리보다 먼저 풀어야 할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경찰이 확보한 압수물이 어떻게 A씨 손으로 다시 들어갔는지, 원래의 128GB SD카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피해 영상이 있었는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검사는 경찰에 공용물건은닉 혐의를 추가로 수사하도록 보완수사요구와 재수사를 요청했다. 동시에 형사소송법상 압수물 관리 의무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확인하라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그 결과, 경찰 초동수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직원들이 비닐봉지에 담아 건넨 몰래카메라와 128GB SD카드를 공장 내 사무실 회의용 테이블 위에 그대로 올려둔 채 사건 관계인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진술을 듣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A씨는 경찰이 조사하는 사이 128GB SD카드를 미리 가지고 있던 32GB SD카드로 바꿔치기 했다. 실제로 A씨는 검찰 조사에서 "128GB SD카드를 바꿔치기 했고, 이후 가위로 잘라 버렸다"고 진술했다.

압수물 관리 부실로 핵심 증거가 사라지면서 피해자들의 피해 입증이 어려워진 이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실체가 드러났다. 이 검사와 함께 이 사건을 수사한 황보관범 검사(변호사시험 8회)는 "직원이 10명 넘는 사업장이었지만 32GB SD카드에 담긴 영상에는 피해자 4명만 확인됐다"며 "128GB SD카드가 사라지면서 다른 직원들의 피해 입증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압수물 관리 강화계획을 수립해 현장 압수부터 검찰 송치까지 관리 절차를 정비했다. 부실한 압수물 관리로 범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사실상 어려워진 뒤에야 재발 방지책이 마련된 것이다.

황보 검사는 2024년 9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남녀 공용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모두 5회에 걸쳐 4명의 피해자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SD카드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지난 5월 13일 A씨를 구속 기소했다.

두 검사는 이번 사건이 성범죄 사건에서 초동 증거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황보 검사는 "피해자들은 자기가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지만 32GB 영상에 나오지 않아 피해 구제를 받지 못했다"며 "성범죄 사건은 초동 증거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분실해버리면 끝"이라고 했다.

이 검사도 "이 사건을 수사한 B 경찰서는 서장 명의로 압수물 관리 강화계획을 수립했고, 압수물 사진촬영과 동시에 압수물 전담 경찰관을 지정하는 등 관련 절차를 강화했다"면서도 "하지만 이 사건 상당수 피해자들은 SD카드 바꿔치기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며 계속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편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1단독은 지난달 2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A씨 측과 검찰 모두 항소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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