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보완수사 진행해 극적 구속
"경찰과 검찰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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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서 기소중지 사건의 기록을 검토하던 김경은 수사관(38)의 눈에 한 건의 '코인 투자 사기 사건'이 들어왔다. 2018년 고소된 사건이었다. 피해액은 3억원 상당. 피의자 3명 가운데 2명은 해외로 달아났고, 나머지 1명은 국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수년째 사건이 멈춰 있었다. 공소시효 만료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수사관은 "출국 기록이 없는 만큼 국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피의자 A씨(70·무직)의 흔적을 홀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과거 재산형 미집행자 검거 업무로 쌓은 1년 6개월간의 경험이 그의 직감을 움직였다.
김 수사관은 행정복지센터 방문 내역과 보건소 진료 기록 등을 일일이 대조하며 A씨의 흔적을 살폈다. 특히 2020~2022년 코로나19 유행기에 PCR 검사와 각종 방역 조치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점에 착안해 피의자를 추적했고, A씨의 소재지를 전북 지역으로 좁혔다.
결정적인 단서는 기초연금 신청 기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초연금은 당사자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을 방문해 접수해야 하며, 상담·신청 과정에서 본인 확인이 이뤄진다. 김 수사관은 A씨가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A씨가 사는 곳으로 추정되는 전북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직접 연락해 그의 상담 기록을 확인했다. 그 결과, A씨가 배우자와 함께 다녀간 사실을 확인해 소재 파악의 실마리를 잡았다.
김 수사관은 A씨가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전주시의 특정 주거지를 중심으로 탐문을 이어갔다. 주말 저녁이면 잠복도 병행했다. 누구의 지시도 아닌 스스로의 판단으로 수사를 계속했다. 김 수사관은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자녀들을 데리고 현장을 찾을 정도로 A씨 추적에 매달렸고, 집요한 추적 끝에 차량을 운행하는 A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정민영 검사(36·변호사시험 11회)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소재가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사건을 묵혀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 검사는 사건 재기 필요성에 공감했고, 검찰은 지난 3월 9일 이 사건에 대한 재기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정 검사는 3~4월 2개월간 보완수사를 진행했고, 지난 4월 22일 피의자를 체포한 뒤 사흘 만에 구속했다.
A씨는 "B 코인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원금과 손해를 모두 보전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3억51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의 범행 시기를 2015년 12월 31일부터 2017년 2월 23일로 특정했고, 피해자 수를 9명으로 결론 내렸다. 정 검사는 "A씨가 장기가 도피하는 과정에서 일부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했다"며 "추가 피해자 8명 중 6명은 공소시효 완성으로, 2명은 사망해 피해 구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 1명도 확인됐지만, 해당 피해는 수사기관에 정식 접수되지 않아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못했다. 피해자는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A씨가 법정에 서게 됐지만 피해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 사건은 특정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이 아니라 코인 투자와 다단계 영업이 결합된 구조여서 투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보관하던 자료를 토대로 홍콩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등록 서류 등을 분석해 B 코인을 특정했지만, 피해자들의 돈은 찾을 수 없었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 배상명령 제도 활용 방안을 설명하고, 향후 소송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 제공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김 수사관은 "지난달 20일 열린 A씨의 첫 재판을 직접 참관했다"며 "피해자들 중에는 대출금이나 자녀 결혼자금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스스로를 탓하며 죄책감을 느끼던 분들이 많았는데, A씨가 법정에 선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다"며 "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결국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처벌받는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정 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은 서로 견제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관계"라며 "한 기관이 놓친 부분을 다른 기관이 보완할 수 있는 만큼, 보완수사는 수사의 완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