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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업 ‘500억 맞추기’ 부작용… SOC 예타 개편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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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6. 09. 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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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예타 500억 기준 30년 가까이 유지
정부 1000억 상향 방침에도 법 개정 지연
서산공항 사업비 조정·법 개정 함께 검토
플라스틱 사업선 장비 53억가량 실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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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PET캔 용기를 들고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높이기로 했지만 정작 법 개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묶여 있던 500억원 기준이 그대로 남으면서 사업의 필요 규모보다 예타 기준에 맞춰 사업비를 조정하는 왜곡도 이어지고 있다.

2일 기획예산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SOC 예타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에서 각각 1000억원·50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지만 관련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 기준에 맞춘 사업비 조정은 서산공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서산공항은 2023년 총사업비 532억원으로 예타에서 탈락한 뒤 484억원으로 낮춰 비예타 사업으로 재추진했다. 이후 기본계획 과정에서 부지 여건 변화와 공사비 상승 등이 반영되면서 사업비가 899억원으로 늘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기획예산처에 타당성재조사를 요청했다.

사업비가 899억원까지 늘어나자 충남도는 감축 방안과 예타 기준을 높이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3년 전 500억원 아래로 사업비를 낮춰 비예타로 전환했지만, 실제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면서 비용이 다시 늘어난 것이다. 충남도 도로철도항공과 관계자는 "사업비 조정과 국가재정법 개정 상황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면서 "법 개정이 빨리 이뤄져 이번 회기에서 통과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사업비를 기준 아래로 맞추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이 줄어든 사업도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Post-플라스틱 자원순환 클러스터'는 설계 과정에서 총사업비가 463억원에서 568억원으로 늘어 2024년 타당성재조사를 통보받았다. 이후 재조사 철회를 위해 총사업비를 조정하면서 물리적 재활용 연구장비와 악취제거설비 등을 줄였다. 이에 고가 장비를 공동 활용하는 사업 특성상 장비 축소가 사업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운영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후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총사업비를 줄일 필요가 있어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조정한 것"이라며 "세부 내역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어서 하반기 기획예산처와 협의할 때 장비는 부족함 없이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축소된 장비를 얼마나 보완할지와 이에 필요한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3월 예타 기준을 높이기로 한 것도 물가와 공사비 상승으로 현행 금액기준이 실제 사업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OC 예타 요구 사업의 평균 사업비는 2005~2009년 4894억원에서 2020~2024년 987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총사업비 500억원인 예타 기준은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그대로 유지됐다.

금액기준 상향에 필요한 국가재정법 개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 개정안들은 지난 3월 국회 소위원회 안건에 올랐지만 앞선 안건 심사로 실질심사까지 이뤄지지 못했고, 4월 후속 소위에서는 안건에서 빠졌다. 정부는 법 개정 이후 선정되는 사업부터 새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기획처 타당성심사과 관계자는 "30년 동안 기준이 그대로 정체돼 있었고 특히 철도·도로 등의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며 "무분별하게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간 특별한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회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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