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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의 무술 ‘삼보’, 올림픽 무대서 볼 수 있게 노력”

“표도르의 무술 ‘삼보’, 올림픽 무대서 볼 수 있게 노력”

기사승인 2023. 02. 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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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
민간 외교관 역할, 한-러 문화교류 기여
수교 33주년 맞아 한·러 문화 페스티벌 계획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은 20년간 국내 삼보 저변 확대에 매진해왔다.
문종금(65)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은 한국에 '러시아 국기' 삼보(SAMBO)를 뿌리내린 인물로 유명하다.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호신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젊은 시절 영화배우 및 감독과 영화 제작·수입업자였던 그는 우연히 맺은 삼보와 인연 덕에 지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스터 문'이라고 부르며 반가워할 정도로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동아시아삼보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문 회장은 "합기도 7단에 무술을 했다. 숀 펜 주연의 영화 '아이 엠 샘'을 미국 가서 직접 수입해 돈도 많이 벌었다"며 "러시아대사관에서 처음 삼보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러시아나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였는데 그렇게 러시아를 다녀오고 하면서 삼보에 매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2003년 사단법인 대한삼보연맹을 창설해 2019년까지 약 18년간 삼보 발전에 앞장섰다. 2019년부터는 한국·일본·대만·홍콩·마카오·몽골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삼보연맹의 수장으로 삼보 발전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동아시아삼보연맹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 회장은 "삼보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덧 20년"이라며 "한국에 태권도, 브라질에 주짓수가 있듯 러시아에는 국기인 삼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삼보는 유도하고 유사하고 주짓수하고도 닮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삼보는 특수 무술이었다가 스포츠로 진화했다. 유도에 한판 업어치기가 있다면 삼보는 관절과 발목 등 꺾기 기술이 있는 게 차이점이다. 삼보는 크게 두 종류로 스포츠 삼보와 전투 삼보가 있다. 과거 '60억분의 1' 사나이라고 불리던 표도르 에밀리아넨코(47·러시아)가 손발을 다 사용하던 격투 기술이 컴뱃(전투) 삼보다.

문 회장은 '삼보 마스터' 표도르와는 2006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온순하면서 인격이 좋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으로 특히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표도르는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해 김치를 나물 먹듯이 했다"고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표도르처럼 천재적인 싸움꾼은 처음 봤다"며 "상대방 힘을 역이용해서 한다. 근육이 없는데 스피드가 빠르다. 표도르는 눈싸움을 안 한다. 눈을 깔고 종이 땡 울리면 치고 들어가는 전술과 전략이 뛰어났다. 20세기에서는 표도르만큼 뛰어난 싸움꾼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회장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삼보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꾸준히 발전했다. 문 회장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현재 국내 삼보 인구는 1500~2000명"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삼보는 확장하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단체로 승인되는 쾌거를 이뤘다. 2028년 LA 올림픽을 통해 정식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었다.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동아시아삼보연맹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가 변수가 생겼다. 첫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다. 문 회장은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또 하나는 국내 변수다. 지난해 말 혼자 출전한 삼보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0개를 획득한 한 선수가 이를 토대로 2023학년도 용인대학교 체육우수자 특별전형에 합격한 사건이다. 그는 "이 사건 때문에 삼보가 상당히 코너에 몰려있다"며 "신생 스포츠인 삼보가 꽃도 피지 못한 채 안타까운 일이 언론에 노출돼 모든 삼보 가족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 회장은 이 사건의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18년간 운영해오던 대한삼보연맹을 물려주면서 후임 회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이 대한체육회 가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나도 현재 대한삼보연맹 회장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의심하고 있어 억울한 심정이다. 진짜 삼보를 사랑한다면 (현 회장이) 물러나주길 바란다. 결국 결자해지해야 될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이슈에 마음고생이 심하지만 문 회장은 여전히 할 일이 많다. 그는 "삼보를 통해서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며 "그걸 바탕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러친선협회의 사무총장도 맡고 있다. 올해 9월 30일이 한·러 수교 33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서 볼쇼이 발레 등이 중심이 된 한·러 문화 페스티벌을 열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쟁 등의 이유로 당초 기획했던 삼보를 행사에 포함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동아시아삼보연맹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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