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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재봉쇄·선박 피격…미·이란 군사·경제·외교 충돌 속 협상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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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19. 07:40

이란 군부, 美 해상봉쇄 이유 재통제…고속정 발포·유조선 회항
트럼프, 긴급 안보회의 소집...美 '경제적 분노 작전' 확대·이란 선박 나포 준비
이란 최고국가안보위 "美 제안 검토"...협상 일정 미정
IRAN-CRISIS/OMAN-HORMUZ
선박과 유조선들이 1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해안 앞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
이란 군부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상봉쇄 지속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재강화하고 유조선·컨테이너선에 잇따라 발포하면서, 전날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수송로의 개방 기대가 하루 만에 꺾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보라인 전원을 백악관 상황실에 긴급 소집했고,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너머 공해상 전역에서 이란 연계 선박 나포 계획 준비에 착수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핵 동결 기간을 둘러싼 '20년 대(對) 3~5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채, 오는 21일 휴전 시한이 다시 연장될지 불투명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Iran War
18일(현지시간) 이란 케슘 섬 연안의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AP·연합
◇ 이란 군부, 호르무즈 재봉쇄…혁명수비대, 유조선 발포·9척 이상 회항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은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며 해협이 이란군의 관리·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성명을 통해 페르시아만과 오만해 정박지를 이탈해 해협에 접근하는 모든 선박을 "적과의 협력으로 간주해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프레스TV는 혁명수비대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해제 불이행을 휴전 조건 위반으로 규정해 통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레바논 휴전과 연계해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허용을 선언했고, 유조선 최소 12척이 해협 통과에 성공했으나,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유지하자 이란 군부가 이날 재통제 강화를 선언하며 선박 공격을 재개한 것이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오만 북동쪽 20해리(약 37㎞) 지점에서 유조선 1척이 혁명수비대 고속정 2척으로부터 무선 경고 없이 발포 공격을 받았고, 오만 북동부 25해리(약 46㎞) 해상에서 컨테이너선 1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피격돼 컨테이너 일부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관리가 이날 이란군의 민간 선박 공격을 최소 3건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은 피격 유조선 가운데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인 인도 선적 '산마르 헤럴드(Sanmar Herald)'호가 혁명수비대로부터 사전 통과 허가를 받았다는 내용이 무전 녹취에서 확인됐다고 공개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무전 녹취를 입수해 선박 승선원이 "메이데이(Mayday·조난신호)"를 외치며 "당신들이 통과를 허가했다,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재통제 강화 이후 9척 이상의 유조선이 항로를 되돌렸고, 중동·중국 선적 소수 선박만 제한적으로 통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WP는 현재 수백 척의 선박과 약 2만명의 선원이 만 내에서 통항 재개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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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AH-64 아파치 헬기들이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찰 활동을 전개하는 모습으로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18일 엑스(X)를 공개한 사진./AFP·연합
◇ 이란 외무부 vs 군부, 해협 개방 놓고 엇박자…하메네이 "해군, 적에 패배 안길 준비"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란군의 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이란의 드론이 미국과 시온주의 범죄자들을 향해 번개처럼 타격을 가하듯, 용맹한 해군 역시 적들에게 새로운 쓰라린 패배를 안길 준비가 됐다"고 밝혀 군부의 재통제 강화 결정에 힘을 실었다.

미국과의 협상 수석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협상 당시 미군 기뢰제거함이 해협에서 "한 치라도 움직이면 발포하겠다"고 경고했다면서 혁명수비대가 이를 실제로 저지했다고 말했다고 이란 프레스TV가 보도했다. WSJ는 이란이 수천 발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채 발사대를 지하 저장소에서 반출하고 있으며, 미군의 이란 방산 시설 집중 폭격으로 단기간 미사일 재생산이 어렵다고 미국 관리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해협 재봉쇄는 이란 권력 내부의 분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란 강경 보수파 매체 타스님통신도 관련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과도한 요구와 해상봉쇄 지속으로 이란은 현재로선 다음 협상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이 입장이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 관리들에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와 군부의 엇박자는 이날 더욱 두드러졌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의 해협 전면 개방 선언 직후 이란 군부가 즉각 제동을 걸었고, 강경 매체 파르스통신은 "외무장관의 예상치 못한 게시글과 뒤이은 트럼프의 초조한 허세가 동시에 터져 이란 사회는 혼란의 안개 속으로 빠졌다"고 맹비난했다.

메흐르통신도 "추가 설명이 빠진 외무장관의 글이 트럼프에게 승리자로 자처할 최적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사태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 정권 내부의 광범위한 분열을 반영하며, 이란 내 서로 다른 파벌이 협상안에 대해 입장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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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
◇ 트럼프, 긴급 회의 소집…"이란, 협박 못 해" 경고..."협상 정보 곧 확보"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J.D. 밴스 부통령·마코 루비오 국무장관·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스티브 윗코프 특사·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댄 케인 합참의장 등을 백악관 상황실에 긴급 소집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CNN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 고위 인사가 잇따라 백악관에 도착했다고 전하면서 "임박한 휴전 시한을 앞두고 협상 노력과 전투 재개 가능성을 행정부가 저울질하는 가운데 나타났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재통제에 대해 "그들은 해협을 다시 폐쇄하길 원했지만, 우리를 협박할 수 없다"며 "지난 47년간 해왔던 것처럼 좀 교묘하게 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이란과의 협상이 "꽤 잘 풀리고 있고, 실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오늘 중으로 몇몇 정보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날 중 협상 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은 해군도 없고, 공군도 없고, 지도자도 없다"며 현 상황을 '강제적인 정권교체'로 규정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군이 군사작전을 즉시 재개할 수 있도록 '최대 전투태세(maximally postured)'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란 발전소 타격이 여전히 옵션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미 관리 2명과 협상 브리핑을 받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미국이 20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이란 자산을 해제하는 대가로 농축우라늄 재고를 넘겨받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이를 반복해 일축했다.

베선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오른쪽)과 켈리 레플러 중소기업청 청장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EPA·연합
◇ 미국, '경제적 분노 작전' 확대…미군, 공해상 이란 연계 선박 나포 준비

아울러 미군은 며칠 내로 호르무즈 해협 너머 전 세계 공해상에서 이란 연계 유조선과 상선을 나포하는 계획에 착수했다고 WSJ가 보도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지난 16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인도·태평양과 같은 다른 작전구역에서 이란 국적 선박이나 이란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모든 선박을 적극 추적할 것"이라며 추적 대상에 미국의 제재를 피해 원유 등을 불법 수송하는 '암흑 선단(dark fleet)'·'그림자 선단(shadow fleet)'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WSJ는 이 계획이 "이란 정권에 해협 재개방과 핵 프로그램 포기를 강제하기 위한 경제 압박 강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작전의 법적·제도적 기반은 세 갈래로 구축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이 15일 발표한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에 따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국가안보회의 전 사무총장 알리 샴카니의 아들 모하마드 후세인 샴카니가 이끄는 이란 석유 수출 네트워크 소속 개인·기업·선박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장관 대행은 제재 대상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자를 모두 기소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제닌 피로 검사장이 이끄는 워싱턴 D.C. 연방 검찰청 '위협금융 전담반(Threat Finance Unit)'도 이란 정권 지원 제재 대상 네트워크 추적에 나섰다고 WSJ에 밝혔다.

미국 해군은 봉쇄 개시 이후 이란 항구를 출항하려던 선박의 출항을 차단했으며, WP는 21척, WSJ는 23척이 차단됐다고 각각 보도했다.

이란이 하루 약 160만 배럴의 원유 대부분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만큼 이번 작전이 대(對)중국 압박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미국 관리는 전했다. 미국 에모리대 로스쿨의 마크 네빗 교수는 WSJ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권한을 동원하는 최대주의적 접근법(maximalist approach)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 이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야전 원수·왼쪽)이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도착해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이란 외무부 텔레그램·AP·연합
◇ 이란 최고국가안보위, 美 제안 검토…미국·이란, 핵 동결 '20년 vs 3~5년' 대치

이런 상황에서도 2차 협상을 위한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이날 사무총장 명의 성명에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육군 참모총장(야전 원수)이 15일 테헤란을 방문해 전달한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NSC는 이슬라마바드 1차 협상 결렬에 대해 "미국 측이 과도한 새 요구를 제기해 결렬됐다"며 "적이 전장의 현실에 맞는 요구를 제시할 경우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통항 통제·허가권이 이란군에 있으며, 통과 선박은 지정 항로 이용과 함께 보안·안전·환경 보호 서비스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리바프 의장도 엑스에 "트럼프가 한 시간 만에 7가지 주장을 쏟아냈는데 일곱 가지 모두 거짓"이라며 "봉쇄가 지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튀르키예 안탈리아 외교포럼(ADF)에서 "합의의 틀에 의견을 모을 때까지 2차 협상 날짜를 잡을 수 없다"며 "실패가 예견된 협상에 임해 또 다른 긴장 고조의 구실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이란 이슬라마바드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호텔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중재 하에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TV 화면을 캡처한 사진./EPA·연합
◇ 파키스탄, '60일 포괄 협정' 제시

협상 중재국 파키스탄 측 관계자는 양측이 사전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60일 이내에 포괄적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1차 협상에서 미국이 20년간 이란의 모든 핵 활동 중단을 제안한 반면 이란은 3~5년 유예를 역제안해 핵 동결 기간을 둘러싼 간극이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에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의 농축우라늄은 이란의 국토만큼이나 신성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른 곳으로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제니퍼 웰치 등은 보고서에서 "합의가 시야에 들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합의든 제한적이고 불안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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