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자원 공기업 잔류, 발전은 이관
에너지 이원화, 기후위기 걸림돌 전망도
오히려 자원 이관 필요, 입법 진통 예상
|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8일 국회 제5차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되면 실질적인 탈탄소 혁신성장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새 정부 5년의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가 직면할 지구적 환경 변화와 향후 우리 사회경제의 명운을 좌우한다"며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생태계 보전을 한 부처 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의사결정으로 기후환경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능형 에너지 전력망 구축 등 기후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우리 산업이 탈탄소 경쟁력을 높이라는 국민의 명령에 소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산업부 2차관 산하에 있는 에너지 정책 기능은 김 장관이 맡게 될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고, 석유·가스·석탄·광물 등을 다루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 정책을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 부문만 산업부에 남긴다. 석유공사·가스공사·광해광업공단 등 자원 공기업들은 산업부에 남고,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 등 발전 공기업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다. 화석 연료와 원전 수출 기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에너지 및 전력 정책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이다.
조직의 출범 전부터 이원화된 에너지 정책들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AI 전력수요 충당을 위한 에너지믹스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개편안 확정 직후 나온 김 장관의 발언 역시 에너지 정책 구상보다는 탈탄소 규제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규제와 진흥이라고 분류하는 것 자체가 조금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탄소문명체계에서 녹색문명으로 전환해야 하는 데 핵심은 우리 인류가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공존하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의 역할 담당이 이원화된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산업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8년까지 원전 2기를 신설하는 계획이 담겨있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6년 발표하게 될 12차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심이 되면서 원전 건설 계획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자국 원전 확대 사업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고 정부도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 협약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와 국외로 나뉜 원전 정책이 시너지는 물론 정책 결정의 속도마저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경부 내부에선 에너지 부문보단 오히려 산업부에 잔류하는 자원 부문이 고유 업무와 밀접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가 자원안보 차원에서 추진하는 핵심광물 재자원화 사업이 이미 환경부에서 해오던 재활용 사업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산하의 광해광업공단이 국가 핵심광물 전용 비축기지를 구축하는 가운데 이미 유사한 기능의 기지를 환경부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환경부는 폐지, 폐플라스틱 등 자원을 비축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응하는 '재활용가능자원 비축시설'을 전국 6곳에 운영 중에 있는데, 폐배터리 등에서 추출한 핵심광물 보관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게 정부의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추진방향'에 당초 담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야당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반발이 예상되며 향후 입법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한수원 노조는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 이관을 즉각 철회하고 산업·경제·환경을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라"며 대통령실과 국회 앞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전국 61개 대학교수가 모인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환경부가 에너지 산업의 진흥과 기술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역시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의 핵심 메시지는 기후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정책 전환이었으나 정책이 갈라지면서 오히려 전략적 추진이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논평했다.
한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부처 간 힘겨루기로 추진이 잘 안 되던 현안들에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며 "다만 성격이 다른 부서들을 합쳐놓을 경우 업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