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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무를 위반한 책임자에 대한 확실하고 강력한 처벌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를 억제하는 데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국회가 2021년 안전의무를 위반한 기업과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중대재해에 대해서 그 기업의 경영자를 비롯한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여전히 생각만큼 녹록한 일이 아니다. 현재 수사시스템에 의하면 안전사고 사건이 발생할 경우 노동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해 고용노동부 산하의 공무원인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특별법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전속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경찰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조사하는 형태로 업무가 분담되어 있다.
문제는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의 본업이 수사가 아니다 보니 이들이 노동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있으나 수사 절차, 특히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를 인정하고 있고, 검사는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수사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사건 초기부터 개입하여 보완을 해왔다. 또한 이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수사상 미진한 부분에 대해 보완수사를 하여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고, 중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전담 검사가 재판에 직접 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소유지를 해왔다.
그런데 현재 여권 일각에서는 검사가 경찰은 물론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하여도 수사지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나아가 검사의 보완수사까지 금지하는 내용의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사건, 대형 인명 사고에 대한 수사를 주도하였던 검찰이 앞으로 근로감독관에 대한 수사지휘를 하지 못하고, 송치 후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안전사고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처벌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은 일반 공무원으로서 수사를 전문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 신문, 압수수색영장 집행 등 수사절차에서 위법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만약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 시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유죄 인정에 치명적인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중대재해 사건으로 수사받고 기소되는 당사자들이 대형 로펌의 다수 변호사들을 선임하고 있는 현실에서, 겉보기에 사소한 수사절차상의 흠결 하나도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검사가 공소유지에 필요한 내용에 대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않고 보완수사 요구만 하게 될 경우에 현재에도 심각한 사건 처리 지연이 더욱 악화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근로기준법 등을 개정하여 근로감독관의 전속적 수사권한을 배제하고 향후 경찰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게 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찰이 짧은 시간 내에 안전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수사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관련자가 다수이고 안전보건의무, 인과관계 등 복잡한 법적 쟁점이 가득한 중대재해 사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경찰에 대한 관련 수사권 부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안전사고 수사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열어두어야 한다.
현재 논의 중인 검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평가는 결국 역사의 몫이겠으나, 검찰의 수사와 기소 권한의 분산이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 하에 이를 추진하기로 하였다면, 이로 인하여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받지 않게 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향후 관련 논의가 신중하고 정교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김상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