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지원만으로는 부족…가족 갈등이 핵심 변수
청년정책, 부모와 함께하는 통합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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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년정책은 2000년대 후반,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 '88만원 세대' 논란 속에서 태동했다. 당시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던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정책 의제로 떠올랐고, 2010년대 제도권 정책으로 들어왔다. 서울시는 2018년 시장 직속 청년청을 신설해 전국 최초 전담 체계를 갖췄고, 이후 일자리·주거·참여 확대를 거쳐 최근에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까지 다루며 영역을 넓혀왔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40만명에 달하는 '쉬는 청년', 고립·은둔 청년 문제의 기저에는 부모 간 갈등과 가정 불화가 자리함을 많은 연구가 지적한다. 2010년대 이후 쏟아진 연구들은 부모와의 관계가 청년 자립과 고립 문제의 핵심 변수임을 보여준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년에게 부모·가족의 지지는 회복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고립·은둔 청년을 연구하며 이번 포럼에 참여한 교수도 "청년들이 겪는 강한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 상처, 부모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상담 횟수나 비용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기지개센터를 통해 맞춤형 상담, 사회경험 연계, 부모교육을 운영해 우울감 39% 감소, 사회적 지지 23% 증가, 부모교육 참여자의 77%가 "자녀와 관계가 개선됐다"고 답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정책 지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통합적인 진화가 필요하다.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이제 부모와 가족까지 함께 보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초기 성년인 20~24세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 문제를 객관화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심리적 독립이다. 이를 위해 부모의 심리·정신적 문제를 살펴보고, 가족 상담과 교육을 제도적으로 더 확장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고립 청년들의 배경에는 부모와의 단절이 자리한다.
정책은 시대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학비·일자리 문제에서 출발한 청년정책은 이제 마음 건강과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울시 청년정책이 또 다른 10년을 준비한다면, 고립된 청년의 방문을 여는 열쇠는 부모와 가족에게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