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정부, 임대사업자 죄악시" 정면 비판
정부 지원 불가피…"조만간 국토부 장관 만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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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현장의 절박함을 이같이 전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민간임대 규제와의 전쟁'을 하겠다"며 정부를 향해 "임대사업자를 죄악시하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민간임대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사실상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신규 임대사업자는 2018년 3만명에서 지난해 2000명으로 93% 급감했고,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2015년 반기별 평균 3만 6000호에서 지난해 약 2000호로 곤두박질쳤다. 말 그대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다. 현재 서울시 내 등록 민간임대주택은 41만 6000호로 전체 임차주택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민간임대사업자는 9만 8000명에 이른다.
오 시장은 "이들은 임대료 증액을 5% 이내로 제한받고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어, 다양한 계층에게 안정적 주거를 제공해온 주택공급원이자 임대차 시장을 지켜온 중요한 기반"이라며 "그러나 2015년 민간임대특별법 도입 당시 세제 지원으로 유도했던 정부 정책이 2018년 세제 혜택 축소, 2020년 단기·장기 아파트 임대 폐지 등으로 급선회하면서 종국적으로 억제책 위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특히 "LTV 0% 조치로 대출이 사실상 원천 봉쇄되면서 민간임대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시는 △건축규제 완화 △금융지원 △임대인·임차인 행정지원 △정부 제도개선 건의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소규모 오피스텔의 접도 조건을 기존 20m에서 12m로 완화해 건축 가능 부지를 확대한다. 오피스텔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도 '30실 이상'에서 '50실 이상'으로 축소해 중소규모 오피스텔은 심의 없이 신속하게 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신속인허가협의체'도 구성해 자치구별 재량 차이로 발생하던 인허가 분쟁을 줄이고, 건축계획 사전검토제로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건축인허가 절차를 중첩 적용해 기간을 단축한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AI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도 10월 말 제공한다. 계약 예정주택 주소만 입력하면 등기부등본,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 13개 항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금융지원으로는 정부의 민간임대주택 주택도시기금 출자비율 감소분(14%→11%) 만큼 서울주택진흥기금으로 민간임대리츠에 지원하고, 민간임대리츠 대출이자 중 2%를 이차보전한다.
서울주택진흥기금 마련과 관련해 오 시장은 "현재 시의회 통과 전이라 구체적 지원 규모를 말하기 이르지만, 초기 출자금 3%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10년 정도 순차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최대한 사업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적정 지원 규모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는 이같은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 주택임대사업자 대출제한 완화(LTV 0%), 과거 축소된 장기임대에 따른 종부세·양도세 등 개편을 정부에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 9월 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를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라도 빨리 이런 대책을 내놔야 사업 투자하려는 사람이 다른 곳으로 안 간다"며 "다급한 마음에 이런 방안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정부를 향해 "일반 다주택자와 민간임대사업자를 구분해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민간임대시장은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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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달 29일 정비사업 활성화 촉진과 함께 이날 발표까지 서울 주택공급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로 개발 가능 부지가 늘어나고 인허가 기간이 단축되면 중소규모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시행되기 어려운 점,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 리스크 등의 우려도 나온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목적은 분명히 있지만, 임대사업자는 일반 시민과 다르다"며 "일부 층을 매입해 사업하는 중소 임대사업자들이 많은데, 대출이 완전 봉쇄돼 신규 임대사업이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단독으로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도와주는가에 달렸다"고 인정했다. "각종 절차상 부담을 줄이고 서울주택진흥기금을 만들어 내년부터 운영하겠지만, 민간임대주택은 정부가 도와줘야 할 게 많다"며 "주택임대사업자 대출 완화 등으로 구체적인 건의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