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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드론 강화한 왕건함’ 15일 진해 출항, HMM상선 피격 열흘 만에 호르무즈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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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5. 08. 10:46

청해부대 48진 왕건함, 15일 진해 군항 출항…
국방부, 왕건함에 대드론 방어 체계 긴급 구축…호르무즈 작전 범위 확대 가능성
이대통령 호르무즈 다국적 방어 임무 공식화…"항행 자유 실질적 기여" 천명
0508 왕건함 978
대한민국 해군의 네 번째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인 왕건함(DDH-978)이 오는 15일 아덴만 파병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2005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된 왕건함은 레이더 반사 면적을 최소화한 스텔스 선체에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 24셀을 갖춘 전천후 국산 병기의 결정체다. 특히 이번 파병을 앞두고 최신 대드론(C-UAS) 방어 시스템을 보강, 국산 대잠 미사일 '홍상어'와 정밀 타격용 순항 미사일 '현무-3'를 앞세워 중동의 비대칭 위협으로부터 국적 선박을 보호하는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2008년 포술 최우수 전투함"에 해군 5전단 소속 왕건함이 선정되어 대통령 부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대한민국 해군
HMM 나무호 호르무즈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만에, 대드론(Anti-Drone) 방어 체계를 긴급 탑재한 청해부대 48진 왕건함(DDH-978, 4400t급)이 15일 진해 군항을 출항한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본지에 밝혔다.

이번 파병은 단순한 부대 교대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다국적 방어 임무 참여를 공식화한 이후에 이뤄지는 출항인 만큼, 왕건함의 행보에 중동 안보 지형의 향방이 걸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48진 왕건함, 15일 진해 출항…6월 초 현지서 대조영함과 임무 교대

우리 해군은 15일 진해 군항에서 청해부대 48진 왕건함의 출항 환송식을 거행한다. 왕건함은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47진 대조영함(DDH-II·4400t급)과 6월 초 현지에서 임무를 교대할 예정이다. 군 소식통은 "대조영함은 5월 말이나 6월 초 현지에서 48진과 임무를 교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해부대의 교대 주기는 통상 6개월이다.

왕건함은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II)의 4번함으로, 2010년 청해부대 5진으로 첫 파병에 나선 이후 이번이 10번째 해외파병 임무다. 함번 DDH-978인 왕건함은 함수(艦首)에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를 탑재하고, 스텔스 설계를 도입한 함정으로 만재배수량 5500t에 달하는 준중형 구축함이다.

청해부대 파병에는 승조원과 특전요원(UDT/SEAL) 검문검색대, 해상작전헬기(LYNX) 항공대, 해병대 경계·지원대 등으로 편성된 260여 명 규모의 병력이 탑승하는데, 이번 파병의 경우 해상 작전 구역의 확대가 예상되므로 병력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익명을 요구한 전 해군 제독은 밝혔다.


◇ 왕건함에 안티드론 방어 체계 긴급 탑재…호르무즈 투입 '사전 포석'

이번 파병의 가장 주목할 대목은 왕건함에 대드론(Anti-Drone) 방어 체계가 긴급 구축됐다는 점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왕건함의 호르무즈 해협 방어 작전 투입을 염두에 두고 사전 준비를 진행해 왔다. 후티 반군의 드론·순항미사일 공격이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일상화된 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면에서 드론 위협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0508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30mm 골키퍼(Goalkeeper)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30mm 골키퍼(Goalkeeper)의 모습. '골키퍼'는 대함미사일과 항공기, 고속침투정 등의 위협으로부터 함정을 최종단계에서 방어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다. / LIG넥스원
왕건함의 대드론체계 보강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K-해양방산업체의 한 고위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 소프트킬 체계 강화: 적 드론의 전파를 교란(Jamming)하거나 해킹하여 무력화하는 소프트킬 방식의 대 드론 방어 체계 보강
△ 복합 방어 능력: 기존의 30mm 골키퍼(Goalkeeper) CIWS와 RAM 미사일에 더해, 소형 무인기나 자폭 드론을 효율적으로 식별하고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 전투체계 현대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성능개량 사업의 일환으로, 정보처리 속도와 표적 관리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국산 최신 전투체계가 적용되어 다수의 위협에 동시 대응 가능

특히 근접방어무기체계인 30mm 골키퍼(Goalkeeper) CIWS와 회전형 유도 미사일(RAM, Rolling Airframe Missile)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2중 방어망에, 소형 무인기 및 자폭 드론에 특화된 최신 기술을 통합하여 차세대 복합 방어 체계(CIWS-II)를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저가형 무인기의 군집 공격(Swarm Attack)을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2023년 11월 이후 드론·순항미사일 등 첨단재래식무기(ACW)로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격해 2척을 침몰시키고 1척을 납치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단순 해적 소탕을 위한 방어 체계로는 이 같은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안티드론 체계 탑재로 이어진 것이다.
심규찬 전 해군 제독은 "청해부대의 기존 무장은 해적 상대로는 충분하지만 드론이나 지대함 미사일을 막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이번에 안티드론 체계를 구축한 것은 임무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대응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 이 대통령 호르무즈 방어임무 공식화…왕건함 작전 범위 확대 '기정사실화'

왕건함 출항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명확한 정치적 결단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17일 프랑스·영국 주도로 열린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정상회의에 화상 참석해 "한국은 호르무즈의 핵심 이해 당사국"이라며 "항행 자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발언에 대해 "군사 파견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정부는 청해부대의 통상 작전 구역인 아덴만을 벗어나 호르무즈 해협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쟁이 종식되면 다자 연대를 통해 해협 안정을 보장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 중동전쟁 종전 이후를 전제로 한 구상임을 분명히 했다.

국내에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갖춘 이지스함이 세종대왕급 3척과 정조대왕급 2척 등 현재 5척 실전 배치돼 있지만, 이들은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한 국가 핵심 방어 전력인 만큼 왕건함을 투입해 호위 지원 임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호르무즈에서의 다국적 연합작전 참여는 국회 동의 없이 임무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던 2020년 독자 파병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별도의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예 육군대장)은 "이번에는 전쟁 상황인 데다 다국적군에 편성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는 것이 맞다"고 밝혔고,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도 "헌법이 정한 국회 동의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0505 청해부대 작전중
해군작전사령부 자체 해상종합훈련을 하고 있는 왕건함과 해군 UDT/SEAL요원들이 탑승한 고속단정 / 대한민국 해군
◇ HMM나무호 사고가 당긴 방아쇠…호르무즈 '한국 선박 위기' 현실화

왕건함의 이번 출항을 촉발한 결정적 사건은 지난 4일 한국 시각 오후 8시 40분경 호르무즈 해협 UAE 움 알쿠와인항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폭발·화재다.
HMM이 운용하는 벌크선 나무호는 한국인 6명을 포함해 총 24명의 선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기관실에 폭발이 발생했고, 4시간여의 화재 진압 끝에 선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사고 초기 이란 측 발포에 의한 피격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보를 추가 검토해보니 피격이 확실치 않다"며 "침수나 선체 기울어짐도 없었다"고 밝혔다.
나무호는 UAE 두바이항으로 예인돼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피격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사고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직접 위협에 노출됐음을 확인시켜 줬고, 정부의 왕건함 파견 결정을 사실상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 '대해적'에서 '국가 간 비대칭 전쟁' 대응으로…청해부대 패러다임 전환

2009년 3월 창설 이후 17년을 맞은 청해부대는 현재 임무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창설 당시 소말리아 해적 소탕이 주임무였다면, 이제는 이란 혁명수비대·후티 반군 등 국가가 지원하는 행위자들의 드론·미사일 비대칭 위협에 맞서는 임무로 성격이 달라졌다. 2024년 42진부터 청해부대가 광개토대왕급보다 상위 전력인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을 재투입한 것도 이 같은 위협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청해부대는 창설 이래 4만여 척 이상의 선박 안전 항해를 지원하고,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삼호 주얼리호 선원 21명을 구출하는 등 대한민국 해양 안보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왕건함이 15일 진해 군항을 떠나 항해하는 한 달의 여정은 이제 단순한 부대 교대가 아니라, 글로벌 해양 안보의 새로운 무게를 짊어지는 출항이 됐다.

해군 관계자는 물론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왕건함의 이번 파병은 청해부대가 대해적 전문 부대에서 중동 핵심 안보 파트너로 도약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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