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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달러 비용 추산 이란전 11주, 미국 연료·금리·식품비 동시 압박…휘발유세 중단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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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12. 11:50

미 국방부 추산 전비 250억달러, '빙산의 일각'…금리 경로 손실 2000억달러
소비자 연료비 350억달러 추가 부담…G7 최악 연료 충격
농가 파산 46% 급증 및 군수물자 고갈…전쟁 장기화 시 식료품 물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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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들이 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Musandam)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다./로이터·연합
이란 전쟁이 11주 차에 접어들면서 미국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연료비·국방비·금리·공급망·식품 비용이 동시에 오르며 미국 경제 손실이 수천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휘발유세 중단을 추진했지만,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지되는 한 소비자 체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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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라파엘 페랄타(DDG 115)가 4월 26일(현지시간) 이란 항구로 향하던 이란 국적 원유 유조선 스트림(Stream)호에 대해 해상 봉쇄를 시행하고 있는 모습으로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공보실이 5월 7일 공개한 사진./AFP·연합
◇ FT, 이란전쟁 비용 수천억 달러 추산…국방부 발표 250억달러는 '빙산의 일각'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지난달 29일 이란 전쟁의 직접 비용을 250억달러(37조1300억원)로 추산했다. FT는 이 수치가 고가 미사일과 방공 요격체 소모를 반영한 초기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린다 빌메스 하버드대 교수는 발표된 비용이 '빙산의 일각'이라며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국이 예산의 4%를 부채 이자 비용으로 썼지만, 현재는 15%를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메스 교수는 이자 비용이 이미 세금 1달러(1485원)당 15센트(223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전쟁 비용이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비용이 국방 예산을 넘어 재정 부담으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 회계연도부터 2027년까지 국방비를 약 50% 늘려 1조5000억달러(2227조원)로 확대할 계획이다. FT는 이 수치에 이란 전쟁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칼턴 헤일리그 국방연구원은 예산과 추가경정 예산 요청이 '엄청난 자금'이라며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방위산업체가 새로운 무기를 공급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료는 무기 재고 압박을 보여준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개전 전 추정 재고 3100발 중 1000발 이상이 사용됐다. 재보충에는 47개월이 걸린다. 합동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JASSM)은 4400발 중 1100발 이상이 쓰였고, 보충에는 48개월이 필요하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2330발 중 최대 1430발이 소모됐고, 보충 기간은 42개월이다. SM-3 요격미사일은 최대 250발이 쓰였고, 보충에는 64개월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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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전국경찰주간 시작 기념 법집행기관 지도자 만찬에서 누군가를 지목하고 있다./UPI·연합
◇ 호르무즈 봉쇄, 미 소비자 연료비 350억달러 추가 부담…저소득층 휘발유 소비 7% 감소

FT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 연료 가격을 밀어 올렸다고 전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5ℓ)당 4.55달러(6755원)로 50% 이상 올랐다. 경유는 갤런당 5.66달러(8403원)로 상승해 사상 최고치 5.82달러(8640원)에 근접했다. FT는 이를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심각한 연료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공공정책대학원은 8일 기준 미국 소비자가 전쟁 이후 휘발유와 경유 비용으로 350억달러(51조9600억원)를 추가 부담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가구당 약 268달러(39만8000원)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3분의 1 가구는 휘발유 소비를 거의 줄이지 않았다. 반면 하위 3분의 1 가구는 카풀과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며 휘발유 소비를 7% 줄였다.

미국 석유·가스 생산업체와 연료 수출업체는 가격 상승의 수혜를 봤다. FT는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로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며 3월 수출액이 2140억달러(317조7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조지프 개그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수혜자가 미국 석유·가스정 소유주들이라며, 이들이 저소득층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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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모빌주유소에 갤런(3.785ℓ)당 일반·고급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AFP·연합
◇ 트럼프, 휘발유세 18.4센트 중단 추진…의회 승인·체감 효과 한계

이러한 가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방 휘발유세를 '적절한 시기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연방세는 휘발유 갤런당 18.4센트(268원)·경유 갤런당 24.4(360원)센트다. 이 조치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로이터통신은 연방 휘발유세가 도로 재원으로 월 약 25억달러(3조7000억원)를 조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실행돼도 소비자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초당파정책센터의 앤드루 라우츠 세금정책국장은 "세금 인하분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금 중단 효과가 갤런당 10~16센트에 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연료 가격 분석업체 가스버디(GasBuddy)의 패트릭 드 한 석유분석 책임자는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54달러(2286원) 오른 상황에서 이는 '돼지에게 립스틱 바르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4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AP·연합
◇ 이란전쟁,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소멸시켜…생산 손실 2000억달러 추산

FT는 이란 전쟁이 미국 통화정책 경로도 바꿨다고 분석했다. 개전 전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두 차례 0.25%포인트씩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료비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은 3년 만의 최고치인 3.5%로 올랐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 2%를 웃도는 수치다. FT는 시장에 반영됐던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전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는 연준이 0.5%포인트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경로만으로도 약 2000억달러(296조90000억원)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개전 전 5.98%에서 6.37%로 올랐다.

◇ 공급망 압박, 팬데믹 이후 최고…포장식품 투입 비용 7.9% 급등

뉴욕 연은의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GSCPI)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FT는 원자재 부족이 나타나고, 단기 컨테이너 운송비도 뛰었다고 전했다. 해운 데이터 업체 제네타(Xeneta)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북유럽~미국 동해안 간 대서양 항로 단기 운임이 2월 말 이후 56% 급등했다며 위기가 지역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적시 공급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과 공급품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트럭·선박·항공기로 이동 중이라며 연료비가 공급망 운송비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료 충격이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제조업 비용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품 가격 압력은 시차를 두고 뒤따를 전망이다. FT는 경유 가격 상승이 약 6개월 시차를 두고 식료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냉장과 빠른 배송이 필요한 과일·채소·육류·해산물이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월 포장식품·음료 업체의 투입 비용 인플레이션이 전월 4.2%에서 7.9%로 뛰었다고 집계했다. 질소비료 가격도 전쟁 이후 30% 이상 올랐다.

미시간주립대의 데이비드 오르테가 식품 경제학자는 신선식품이 가격 상승을 먼저 보여주는 '탄광 속 카나리아(canary in the coal mine)'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노동 공급 충격에 이어 이란 전쟁이 농식품 시스템에 추가 충격을 주고 있다며 '퍼펙트 스톰'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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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항공 여객기들이 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의 피닉스 굿이어 공항에 주기돼 있다./AFP·연합
◇ 항공유 70% 급등, 스피릿 항공 운항 중단…항공사 여름 좌석 930만석 감축

항공업은 연료 충격을 먼저 받았다. FT는 항공유가 7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유럽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를 넘었고, 중동 정제업체들이 역외 구매자에게 항공유와 등유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이 쓰는 항공유의 약 40%는 수입산이고, 이 가운데 절반은 통상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블룸버그는 아시아가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시아 정유사들의 항공유·등유 생산은 4월 하루 290만 배럴로 줄었다. 이는 2월보다 하루 50만 배럴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은 항공유 순수출국이라 상대적으로 완충력이 있지만, 서해안은 항공유의 15~20%를 수입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한국에서 들어온다.

항공사들은 여름 성수기 좌석을 약 4% 줄였다. 감축 규모는 930만석이다. 미국 국내선 왕복 평균 항공요금은 1년 전보다 24% 오른 365달러(54만2000원)로 집계됐다. 저가 항공사 스피릿 항공은 높은 항공유 가격으로 파산보호 절차 탈출 계획이 어려워지고, 연방 지원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5월 초 운항을 중단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 캘리포니아, 중동산 원유 의존 직격…휘발유 6.16달러·긴급 조치에도 공급 부족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내에서 가장 심각한 연료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바스라항을 출발한 대형 유조선 '뉴 코롤라(New Corolla)'호가 롱비치항에서 약 200만 배럴의 이라크산 원유를 하역했는데, WSJ는 이것이 캘리포니아로 들어오는 마지막 중동산 원유 선적분이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6.16달러(9146원), 경유는 7.48달러(1만1100원)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캘리포니아주는 원유 소비의 75%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 가운데 거의 3분의 1은 중동에서 들어온다. WSJ는 한국 등 아시아 연료 공급국이 자국 공급 보호를 위해 캘리포니아행 정제유 수출을 줄였다고 전했다. 한국의 대(對)캘리포니아 정제유 수출은 4월 하루 10만 배럴에서 5월 3만5000배럴로 감소했다. 이는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 서부 연료 공급망까지 직접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주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시행했다. WSJ는 행정부가 3월 중순 연안무역법(Jones Act)을 60일간 면제해 외국 선박의 미국 항만 간 연료 운송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도 활용해 석유업체 세이블오프쇼어(Sable Offshore)가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해상 파이프라인 재가동도 허용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하루 5만 배럴의 원유를 캘리포니아주로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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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들이 11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 크라운하이츠 지역의 리들(Lidl)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AFP·연합
◇ 미국 농업, 현금작물 집중 취약…과일 59%·채소 35% 수입 의존

FT는 별도 오피니언에서 미국 농업 구조도 에너지·비료 가격 충격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세계 3위 농업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그러나 생산은 옥수수와 대두 등 현금작물(cash crops)에 집중돼 있다. 이 작물들은 주로 연료·가축 사료·수출용으로 쓰인다. 반면 미국은 신선 과일의 59%, 채소의 35%를 수입한다.

미국 농가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FT는 미국 농민들이 기록적인 생산성을 보였지만, 과잉 공급과 비용 상승으로 이익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농가 파산은 2024~2025년 46% 늘었다. 이는 1980년대 농업 위기 '팜 에이드(Farm Aid)' 이후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농민을 위한 120억달러(17조8000억원) 구제 계획을 발표했다.

FT는 단기 수확량 중심의 농업 구조가 전쟁발 비용 충격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오르면 단일 작물을 같은 땅에서 반복 생산하는 산업형 농업은 더 큰 취약성을 드러낸다. 이는 이란 전쟁의 충격이 유가와 항공료를 넘어 미국 식품 체계의 구조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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