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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인프라부터 보는데”…RE100 산단 표류 속 서남권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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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6. 07. 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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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호 산업정책 RE100, 특별법 문턱도 못 넘어
800조 메가프로젝트 국가 전력계획까지 다시 손질
기업은 기반시설 요구…정부는 청사진 먼저 제시
전문가 “산단 성패는 발표 아닌 인프라 구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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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취임 직후 핵심 산업정책으로 내세운 RE100 산업단지는 1년이 넘도록 특별법과 후보지 선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최근 발표한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국가 전력계획과 용수 공급대책까지 다시 손질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대규모 산업단지일수록 기업 투자 수요와 전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의 실현 가능성을 먼저 검증해야 하는데, 메가프로젝트는 청사진이 이를 앞선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출범 직후 발표한 RE100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현재까지 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시범단지 공모와 후보지 선정, 사업자 지정 등 후속 절차도 시작하지 못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 통과가 모든 일정을 관장하는 시점"이라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범단지를 지정한 뒤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실무적인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별법 계류가 공식적인 지연 이유지만 산업계에서는 기업 유치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주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과 자체 재생에너지 확보 계획을 추진 중인 만큼 정부 정책에 맞춰 기존 투자 계획을 변경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RE100 산업단지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며 "산업부가 추진하지만 재생에너지 공급과 전력계통을 총괄하는 부처가 따로 있어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경제 측면에서는 메가프로젝트가 훨씬 현실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부는 지난달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한 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전력계획부터 다시 손질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메가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신규 전력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사실상 다시 작성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마련할 예정이던 실무안도 수개월 연기됐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다시 산정하면서 발전원 구성과 송전망, 계통 운영 방안까지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산업단지일수록 기업의 투자 수요와 기반 인프라의 실현 가능성을 먼저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투자 규모와 시기를 확정해야 필요한 전력과 용수 수요를 산정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발전설비와 송전망, 산업용수 공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통상적인 산업단지 조성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RE100 산업단지가 1년 넘게 특별법과 기업 유치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결국 기업 수요와 정책의 현실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추진 방식은 최근 정치권에서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급조' 논란이 제기되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정부는 800조원 규모의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참여 기업들은 인프라와 인센티브 등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것을 전제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구상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발표보다 후속 인프라 구축과 기업 투자계획의 이행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속도를 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만 기업이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전력·용수·송전망 등 기반 여건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마련하느냐가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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