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위법성, 허위 문서 작성 경위 밝혀
범죄 혐의 규명 넘어 수사 적법성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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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 이희진 검사(사법연수원 49기)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 송치된 A씨 사건 기록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인권보호관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A씨가 "경찰에 자진출석했는데 경찰관이 경찰서 밖으로 나오라고 해 나갔다가 긴급체포됐다"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작성한 수사기록에는 A씨를 길에서 우연히 발견해 긴급체포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이 검사는 A씨의 주장과 기록 사이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고, 올해 2월부터 함께 근무 중인 이은진 검찰수사관과 함께 체포 경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검사는 긴급체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객관적인 자료 확보에 나섰다. A씨와 B 경위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 통신 내역 등을 확인했다. 통신영장 집행 결과 B 경위가 A씨의 자진출석을 예상하고 경찰서 인근 역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검사는 A씨가 이미 경찰서에 스스로 출석한 만큼 긴급체포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병 처리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A씨는 지난 5월 21일 오전 한 약국의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현금 150만원을 훔친 혐의로 이튿날 긴급체포됐고, 23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구속됐다. 그러나 이 검사는 송치 직후 체포 절차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6월 1일 구속을 취소해 A씨를 석방했다. 범죄 혐의와 별개로 위법한 절차에 따른 신체 구속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봤다.
이 검사의 수사는 이후 B 경위가 작성·결재한 수사 서류로 향했다. 이 검사는 경찰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A씨를 '길에서 우연히 발견해 긴급체포했다'는 취지의 긴급체포서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고, B 경위가 이 문서를 결재해 허위 내용의 전자문서를 작성·행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경찰이 압수 경위까지 사실과 다르게 기록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훔친 현금을 게임장에서 사용한 뒤 업주로부터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경찰은 마치 긴급체포 당시 A씨가 현금 76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처럼 압수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B 경위는 해당 조서에 행정전자서명을 하고 같은 내용의 압수수색 검증영장 신청서도 KICS에 입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B 경위는 검찰 조사에서 '우연히 발견'이라는 표현은 관행적으로 사용했을 뿐 허위 작성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도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긴급체포 필요성이 인정돼 직권남용의 고의도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 검사는 통신 내역, 경찰서 방문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지난 7월 14일 B 경위를 직권남용체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검사의 역할이 범죄 혐의를 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점검하는 사법통제에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체포·구속은 피의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 절차상 위법을 얼마나 신속히 바로잡느냐가 인권보호와 직결된다.
실제 이 검사는 사건을 넘겨받은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경찰의 긴급체포 위법성을 밝혀냈다. 수사 과정의 위법을 조기에 포착해 불법적인 신체 구속을 막았다는 점에서 검사의 인권보호 기능과 사법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검사는 "검사의 역할은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것과 더불어 수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절차상 위법을 해소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