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규명 위한 보완수사 필요성 강조
특사경 협력 약화 땐 대응력 저하 지적
"검찰 권한 아닌 국민 권리 보호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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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부터 연재 중인 아시아투데이 '검사수첩' 인터뷰에 참여한 현직 검사 11명은 보완수사와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 권한을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법적 통제 장치'라고 입을 모았다.
◇보완수사, 국민 위한 '범죄 피해' 구제 수단
현직 검사들은 경찰 수사의 오류를 전제로 '보완수사 존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거나 불송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기록과 증거를 다시 검토해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가 '보완수사 요구'가 아닌 '보완수사'라는 것이다.
현행 형사사법 절차에서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한 차례 더 검증하는 절차로 기능해 왔다. 특히 살인·성범죄·사기 등 민생사건에서는 추가 진술 확보나 계좌추적, 디지털 포렌식 등 보완수사를 통해 범죄의 실체가 새롭게 드러나거나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광주지검의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피의자 장윤기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피해자를 살해한 정황을 확인했고, 현직 경찰관인 부친 A씨가 장윤기의 범행 의도를 입증할 증거를 폐기한 사실까지 밝혀냈다.
현직 검사들은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는 보완수사가 폐지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범죄 피해자들에게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이 3년 동안 방치한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통해 진범을 밝혀낸 구지훈 서울남부지검 검사(변호사시험 6회)는 "어느 조직도 수사가 완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검사는 법률적 쟁점을 따져 범죄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수사권은 결국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이며, 만약 필요한 권한이라면 국민들이 유지시켜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의사 면허와 계좌 잔액을 조작해 구속을 면한 20대 남성 B씨 사건을 대해 보완수사를 벌여 B씨의 범행 수법을 밝혀낸 허호재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1회)도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검사는 "보완수사는 검찰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범죄를 여과해 의문점이 남아 있는지를 파악하고 빈틈을 차단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이러한 과정이 분명해야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법정에서도 가해자들에 대한 유죄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류재현 광주지검 검사(변호사시험 4회)는 형사사법 절차의 핵심은 수사기관 간 판단을 한 차례 더 점검하며 오류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류 검사는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공사대금 사기를 반복해온 60대 남성 C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중지 사건 기록을 살펴보다 C씨가 다른 경찰서 사건에 정상적으로 출석해 조사 받고 있는 상황을 확인, 경찰에 시정조치요구를 내리며 C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류 검사는 "경찰도 사건이 워낙 많다 보니 모든 사건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경찰에서 한 번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검찰에서 다시 한번 걸러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에게는 자신의 사건이 전부"라며 "단 한 건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부연했다.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한 사건을 재수사 요청과 직접 보완수사를 거치며 '운전자 바꿔치기'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 박상영 서울중앙지검 검사(변호사시험 10회)와 오성원 춘천지검 강릉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2회)는 보완수사를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사법적 통제 장치'라는 점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박 검사는 "수사를 통제하는 기능 자체가 사라진다면 사건의 실체를 밝힐 마지막 기회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며 "사건이 종결되기 전 법률 전문가가 수사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결국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 검사도 "고의든 실수든 수사기관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수사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는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민생사건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더 큰 사건에서는 고의적 은폐나 수사 미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대리처방·사무장 병원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벌여 조직적인 범행을 밝혀낸 하성진 대구지검 김천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2회) 역시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검사는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10개월 가까이 지연되자 보완수사에 착수, 주범을 구속 기소하는데 3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 검사는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 방법을 제시했는데도 경찰 단계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관련된 문의도 없었다. 결국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소인들이 받게 된다"며 "범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내려지기 위해선 다양한 관점에서 수사가 들어가야 한다. 그 때문에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녹원 인천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3기)는 보완수사가 단순히 수사의 부족한 기록을 메우는 절차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안전장치라고 했다. 김 검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1억3400만원 상당의 자기앞수표를 빼앗긴 60대 피해자 B씨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진행, 피의자 조사와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수표를 회수해 피해자의 재산을 되찾아줬다. 김 검사는 "수사기관의 역할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범인을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범죄 피해를 회복시켜 주는 데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완수사로 지역 어촌계장이자 어선 중개업자 D씨의 귀어대출 사기극을 밝혀낸 백승봉 대구지검 영덕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1회)는 "경찰이 사건의 방향을 잘못 잡거나 재산범죄처럼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사건에서 조사가 부실한 경우가 있었다"며 "결국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민영 전주지검 군산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1회)도 "경찰과 검찰은 서로 견제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협력 관계"라며 "국민의 입장에서는 결국 나쁜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사경은 전문성, 검찰은 수사 경험…협력 끊기면 국가 대응력 약화"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 권한 삭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우현 수원지검 여주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1회)는 "지휘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송치 전에 수사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영장이나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법률적 조언을 하는 것이 실무에서의 지휘"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사경은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은 뛰어나지만 수사 절차와 적법성 문제는 검찰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지휘 통로가 없어지면 수사를 모두 마친 뒤 위법성이 발견되더라도 사후적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는 지난해 5월 경기도 특사경이 송치한 '불법 콜택시 기사' 사건을 수사했다. .그는 사건 기록에서 기사들만 적발되고 배후 업주는 빠져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직접 개발한 '통신내역 자동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업주들을 특정했다. 이후 경기도 특사경과 수사자료를 공유하며 업주 추적을 위한 수사를 지휘해 불법 콜택시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검찰 내에서도 드문 환경 블루벨트(공인전문검사 2급)를 보유한 이승훈 제주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3기)는 범죄 양상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검사와 특사경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환경범죄는 시료 채취 절차나 성분분석의 신뢰성까지 다투는 등 법률적 쟁점이 복잡해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수사 경험이 적은 특사경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특사경은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아니라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는 원팀"이라며 "수사 단계에서 검사의 지휘·감독이 사라지면 위법이나 과오를 즉시 바로잡기 어려워지고 결국 국가의 범죄 대응 능력이 약화돼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직 검사들은 형사소송법 개정의 기준은 검찰 권한의 존폐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범여권이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보완수사권과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 권한이 사라질 경우,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검찰 조직이 아니라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피해자를 보호해 온 형사사법 절차의 마지막 안전장치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