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점심 후 재석률 ‘뚝’
보고서 분석결과, 국회 본회의 개의시에는 의원들의 재석률이 높지만 점심식사 직후 속개시에는 재석률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2차연도 본회의 평균 재석률은 64.1%였다. 회의시작 때는 67.01%의 재석률을 보였으나 주로 점심식사 후 오후 본회의 속개시에는 32.8%의 재석률에 그쳤다.
저녁 산회시에는 43.08%의 재석률을 보여 의원들이 본회의 의사정족수만 채웠다가 회의가 시작되면 자리를 비우는 ‘이석’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사정족수인 60명에 미달된 경우도 56회의 본회의 중 13회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헌법 제1조 제5절 제1항에 상하 양원 모두 과반수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법상 의사정족수가 ‘재적의원의 5분의 1이상’으로 규정돼 있어 기준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본회의 참석하고도 20%이상 법안표결 안해
의원들의 법안투표율로 채점해본 제19대 국회 2년차 성적표는 C학점 정도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전자투표 표결 처리된 법안의 투표율은 71.0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20% 이상이 본회의에 참석하고도 법안 표결은 하지 않았다.
투표율을 분석한 해당 기간 중 법안이 처리된 회기는 총 13일이다. 이 기간 동안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은 평균 89.9%였다. 또 법안 투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 성적의 의원도 25명에 달하고 40%대도 15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의 평균 투표율이 69.24%, 새정치민주연합 72.93%, 정의당 86.55%로 나타나 정당별 의석수와 법안 투표율은 반대 양상을 보였다.
◇정치 거물들 법안 투표율은 저조…정몽준·김한길 꼴찌다툼
국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법안 투표율이 낮은 의원 명단에 거물급 정치인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안 투표율이 가장 낮은 의원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7선인 정 전 의원의 법안 투표율은 18.93%로 5번에 1번꼴로만 법안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정 전 의원 다음으로 투표율이 낮은 의원은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다. 김 공동대표는 21.44%의 투표율로 겨우 20%를 넘겼다. 이어 4선의 원혜영 새정치연합 의원이 22.01%로 불명예스런 3위에 올랐다.
가장 열정적으로 의정에 참여해야할 초선 의원들도 법안 투표율이 저조하긴 마찬가지였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과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이 4위(22.23%), 5위(23.38%)에 올랐다.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3명의 당권주자들도 투표율 하위 25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선의 이인제 의원이 32.73%, 김태호 의원 28.51%, 홍문종 의원이 37.06%의 낮은 투표율로 체면을 구했다. 19대 전반기 국회의 수장이었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34.44%로 12위에 올랐다.
◇날림도 이정도면…법안 1건 처리에 2분40초
국회는 본회의를 한 번 열 때마다 67.3건을 처리했고, 평균 2분40초 만에 1개의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졸속 국회’의 모습을 보였다.
법률안 처리를 위해 열린 총 13회의 19대 국회 2차연도 본회의에서 877건이 처리됐다. 본회의 1회 당 67.3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동의안·예산안·구성안 등 기타 안건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안건이 처리됐다고 볼 수 있다. 법률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시간은 총 39시간 4분으로 1개 법률안 당 평균 2분 40초 정도만 소요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많은 법률안이 처리된 본회의는 322회 임시국회 10차 본회의로, 추가상정된 12건 등을 포함해 132건의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날 회의시간은 총 4시간 22분으로 2분도 채 걸리지 않고 1건의 법률안을 처리한 것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법률안 외에도 각종 동의안 등 139개 안건이 통과됐다.
◇상임위 중심주의?…상임위 출석률 더 떨어져
본회의에서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다.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상임위 출석률이 지난 1차연도 평가때보다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1차연도에서는 84.33%였던 상임위 출석률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83.43%로 나타났다. 90%대가 125인으로 지난해 133인보다 적었으며 80%는 72명이었다. 60% 미만 출석의원이 22명에 달해 상임위별로 단골 결석의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임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상임위원장과 상임위 간사 등 31명의 의원은 상임위 출석률 100%를 달성했다. 6·4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이낙연 전 새정치연합 의원은 27.78%로 꼴찌를 기록했다. 총 9명의 의원들의 상임위 출석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당별로는 통합진보당이 가장 저조한 80.53%를 기록했다. 이어 새누리당 81.16%, 새정치연합 85.90%, 정의당 90.24% 순으로 나타났다. 상임위별로는 환경노동위원회가 92.41%로 가장 높았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67.24%로 가장 낮았다.
◇감시 사각지대 실상…휴면소위 15곳이나
언론·시민단체의 감시 사각지대에서 국회의 업무태만이 심각해 각 상임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중 15곳이 1년 동안 단 1번의 회의조차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소위는 국회운영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백군기)·국회방송심의소위(위원장 이우현)·법제사법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박지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전병헌)·외교통일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조명철)·문화외교소위·안전행정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진선미)·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홍문표)·산업통상자원위원회 청원소위(위원장 길정우)·산업무역소위(위원장 여상규)·보건복지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신경림)·환경노동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최봉홍)·여성가족위원회 청원심사소위(위원장 유승희)·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이행정책심사소위(위원장 이재영) 등이다.
각 상임위내 주요 소위인 법안심사소위·예산결산소위를 제외하고 전문분야 소위들은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 19대 국회 2년을 살펴봐도 법안심사소위는 222회 개최돼 전체 소위 회의개최횟수 339회의 65.49%를, 예산결산소위는 81회 개최돼 23.89%를 차지했다. 두 소위의 합계만 약 90%에 달한다.
◇입법부 맞아?…법안대표발의 0건 국회의원 21명
입법 역할이 본질인 국회에서 ‘처리된 법률안’을 기준으로 한 건의 대표발의도 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총 18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주자들과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몽준 전 의원은 물론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와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까지 포함됐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김태호(기획재정위원회)·박덕흠(안전행정위원회)·신동우(정무위원회)·이우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인제(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장윤석(농축위)·정몽준(보건복지위원회)·정문헌(외교통일위원회)·황진하(외통위) 의원 등 총 11명이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 공동대표(외통위)를 비롯해 문재인(기획재정위원회)·배재정(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유성엽(미방위) 의원 등 총 5명이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김선동 전 의원(농축위)과 김재연(기재위) 의원,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원내대표(환경노동위원회)와 정진후 의원(교문위) 등이 포함됐다.
◇무임승차 현상 심각, 법안 공동발의 100건이상 52명이나
법안 공동발의 형식의 무임승차 현상이 심각해 처리된 법률안을 기준으로 100건 이상 공동발의한 의원수가 52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90건 이상 100건 미만의 의원수는 13명, 80건 이상 90건 미만의 의원수는 21명, 70건 이상 80건 미만의 의원수는 24명, 60건 이상 70건 미만의 의원수는 23명, 50건 이상 60건 미만의 의원수는 30명이었다. 모두 111명으로 앞서 52명까지 더하면 50건 이상 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수는 총 163명에 달했다.
공동법안 발의건수는 의원당 평균 65.32건이었다. 대표법안 발의건수가 평균 5.23건인 점을 감안하면 무임승차 현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무임승차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7선의 정몽준 전 의원은 공동발의 건수가 6건으로 적은 데다 대표발의 건수마저 0건이었다.
◇빗나간 동업자정신, 의원징계안 30건 처리 전무
동료의원 ‘감싸기 현상’이 심각해 국회윤리특별위원회에 계류된 30건의 징계안 중에서 실제 처리된 징계안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기·김재연 통진당 의원 자격심사안(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등 30인)·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징계안(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 등 36인)·양승조 새정치연합 의원 징계안(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등 155인)·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징계안(김상희 새정치연합 의원 등 42인) 등 제출 당시만 떠들썩했을 뿐이지 제자리걸음 상황이다. 장하나 의원 징계안(김도읍 의원 등 155인)은 2013년 12월 10일 제출됐지만 이틀 만에 철회됐다.
윤리특위 회의조차 1년 동안 단 3번 있었을 뿐이다. 회의시간은 고작 2시간 17분에 불과했다. 그마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인사(人事)에 관한 사안이라는 이유였다. 또 1차연도에는 산하의 징계소위가 개최됐지만 2차연도에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윤리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6월 25일 2차연도 첫회의에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는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윤리문제와 관련하여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함은 물론 국회의원의 징계나 자격심사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를 초월하여 보다 공정한 의회 운영의 관계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던 셈이다.
◇국민 목소리 외면…청원 138건 중 단 2건 채택
국회에 접수된 청원 전체 138건 중 단 2건만이 채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처리되지 않고 계류 중인 청원이 113건에 달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청원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 처리된 청원 25건 중 20건이 본회의 불부의로 채택되지 못했다. 철회된 청원이 3건이었고, 나머지 2건 만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국방위원회가 2014년 5월 2일 의결한 ‘국립현충원 일본 수종 제거’ 청원과 국토교통위원회가 2013년 11월 15일 의결한 ‘울산 혁신도시의 고가차도 건설 반대 및 평면교차로·지하차도 건설 촉구’ 청원이다.
그마저도 국방위가 의결한 청원은 2013년 6월 5일 접수된 것을 거의 1년이 지난 뒤에야 처리됐다. 청원법 제9조에 따르면 청원을 관장하는 기관이 청원을 접수한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에 그 처리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60일 이내에서 1회에 한해서만 연장할 수 있다. 아직까지 계류 중인 113건의 청원 중 111건이 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