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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비핵화’ 대신 ‘57개 핵무기’ 관리하나…미 전문가,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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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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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정상회담 추진 속 비핵화 목표 재확인 피해…핵동결 협상 가능성 부상
빅터 차 "北 핵 현실상 CVID 어려워"…협상·위협 감소 병행론
조지프 전 국무부 군축 차관 "비확산 전환 무의미"
미북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북한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히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관여하는 목표가 여전히 비핵화인지는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미·북 협상이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 동결·비확산·위협 감소 같은 중간 조치에 먼저 초점을 맞출지를 둘러싼 논쟁이 부상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공식 정책 목표를 철회하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결과 자료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고, 미국 국무부도 지난 6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USA GOVERNMEN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 헬기장 공사 현장에서 공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EPA·연합
◇ 트럼프, 북핵 '57개' 첫 구체 적시…비핵화 목표엔 즉답 회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남쪽 잔디밭 헬기장 공사 현장에서 김 위원장과 올해 안에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것이다(Yeah, I will be)"라고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자신이 김 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됐다"며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김정은을 매우 잘 알고 있고 우리에게 똑똑한 대통령이 있는 한 그는 괜찮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 위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여의 최종 목표를 묻는 말에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다시 관여하려는 목표가 여전히 비핵화인가'라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달리 이란에는 핵무기 보유 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 회담하도록 참모들을 독촉하고 있으며 11월 중국 선전(深천<土+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대면도 비공개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란 핵시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미군의 공습 다음날인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찍은 위성 사진으로 미국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투하한 벙커버스터 GBU-57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구덩이가 보인다./EPA·연합
◇ 헤그세스 "北, 미사일 방패 뒤 핵무장"…이란 핵 저지 반면교사 제시

북한과 이란을 서로 다른 단계의 핵 문제로 보는 인식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란의 핵 야망을 군사적으로 저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것이 바로 북한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재래식 미사일을 대량 확보해 외부의 개입을 막을 방패를 구축하면서 천천히 핵무기를 향해 나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대량 확보해 이를 방패로 삼은 뒤 한반도 주변과 세계를 협박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것이고 너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가 있다면 반드시 이를 사용할 것"이라며 핵무장을 완성하기 전에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가 이전 공격으로 핵시설을 파괴했다면서 다시 이란을 임박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자, 헤그세스 장관은 핵시설은 파괴됐어도 "이란의 핵무기에 대한 야망은 계속되고 있으며 재래식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핵무장 이전의 이란과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서로 다른 단계의 문제로 보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의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빅터 차
앨리스 후커 당시 미국국제전략연구소(AGS) 선임부회장(왼쪽부터)·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A) 선임부회장 겸 한국석좌·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크레이그 싱글턴 FDD 선임연구원이 2024년 9월 30일(현지시간) 트라이 포럼 주최로 워싱턴 D.C.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빅터 차 "北 CVID 현실성 낮아"…핵동결·비확산도 비핵화 과정

차 석좌는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는 핵무기 보유 자체를 불허하는 절대적 접근을 취하는 반면, 북한에는 협상·위협 감소와 핵 위협 관리를 통한 실용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약 60기의 핵무기와 추가 약 30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 다양한 투발 수단을 보유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앞서 차 석좌는 2024년 9월 30일 워싱턴 D.C.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경제 전문가 네트워크 트라이(Tri) 포럼 좌담에서 미국이 정책 목표로 비핵화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실제 미·북 협상이 시작되면 과거 6자회담 등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핵실험 금지와 핵분열성 물질 생산 차단 등 단계적인 조치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단계적인 조치를 일부는 비핵화 협상이라고 부르고, 다른 쪽은 군비통제라고 평가하겠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두 개념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 담당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핵심은 '종착점'이라고 지적했다. 군축·동결 조치가 북한을 최종적으로 비핵화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단계인지, 비핵화 약속 없이 핵 보유 북한과 공존하기 위한 군비통제인지가 결정적인 차이라는 설명이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미국이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협상 지렛대가 약화한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지렛대를 먼저 높인 뒤 단계별 비핵화와 최종 합의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프 전 차관
로버트 조지프 전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4월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하원 빌딩에서 진행된 '북한자유주간' 기념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전 미 당국자들 "비핵화 종착점 유지"…군축론 비판·단계적 동결론 병존

비확산·군축이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강하다.

로버트 조지프 전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4월 29일 워싱턴 D.C. 연방의회 하원 빌딩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포럼에서 비핵화 대신 비확산·군축 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솔직히 무의미(irrelevant)하다"고 일축했다.

조지프 전 차관은 이런 접근의 밑바탕에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 제재 완화·자원 공급·국제적 정당성이라는 세 가지 '생명줄'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남북 비핵화 합의와 제네바 합의 등에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력을 거론하면서 장기간의 군비통제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고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프 전 차관은 랜드연구소 추정을 인용해 북한이 2027년까지 20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북핵 차석대표
조지프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오른쪽)가 4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허드슨연구소에서 진행된 국제한국학협의회(ICKS) 연례 학술 콘퍼런스 '2026 한미동맹의 과제'에서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ICKS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조지프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접근법을 달리했다. 그는 4월 30일 워싱턴 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2026 한미동맹의 과제' 콘퍼런스에서 군비통제가 비핵화 목표를 대체하는 데 반대하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D)'를 최종 목표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핵실험과 핵분열성 물질 생산 중단 같은 중간 동결 조치는 협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핵 동결과 비확산을 비핵화의 대체재가 아니라 비핵화로 가는 단계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57개 핵무기' 발언과 비핵화 목표 답변 회피는 미국의 공식 비핵화 정책 폐기를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내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 현실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한 만큼 실제 협상이 시작될 경우 핵실험·핵분열성 물질 생산 중단과 핵전력 추가 확대 억제 같은 비확산 조치가 초기 의제로 논의될 수 있다.

조지프 전 차관은 이런 접근이 비핵화라는 종착점을 잃을 경우 "합의에 서명해도 지키지 않는 정권에 자원과 정당성을 제공하는 협상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능력 고도화에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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